박근혜 대통령 탄핵소추안이 9일 가결되기까지의 과정은 반전의 연속이었다.

'비선 실세' 최순실 씨의 국정 농단 의혹이 언론을 통해 불거지기 시작한 지난 10월만 해도 정치권은 탄핵에 소극적인 모습이었다. 정의당 노회찬 원내대표가 지난 10월 21일 국회 운영위에서 "대통령이 법을 어긴 정도가 현저하면 탄핵소추도 할 수 있다"며 탄핵을 처음으로 언급했지만 그리 주목을 받지 못했다.

10월 24일 박 대통령이 국회 시정연설서 개헌 논의를 공식 제안하며 개헌 국면으로 전환을 시도했지만 바로 그날 저녁 한 언론에서 최 씨가 쓰던 태블릿 PC를 입수해 국정 개입 정황을 보도하면서 분위기는 급반전됐다.

이후 관련 의혹이 무더기로 보도되고, 10월 26일 더불어민주당 의원총회에서 탄핵을 추진해야 한다는 주장이 터져 나왔다. 특히 10월 29일 이후 매주 토요일에 서울 광화문을 비롯해 전국적으로 박 대통령의 퇴진을 요구하는 대규모 촛불집회가 이어지면서 탄핵 논의가 힘을 얻어갔다.

지난달 20일 검찰이 중간 수사결과를 발표하면서 박 대통령을 '공범'으로 적시한 것은 탄핵 추진의 결정타가 됐다. 이를 계기로 야권은 물론 여당인 새누리당 비주류에서도 탄핵 추진이 기정사실화됐다. 박 대통령이 스스로 하야하거나 퇴진 선언을 하지 않을 때는 법적으로 대통령을 퇴진시킬 수 있는 수단인 탄핵을 할 수밖에 없다는 쪽으로 의견이 모였다.

박 대통령이 지난달 29일 3차 대국민 담화를 통해 "대통령 임기 단축을 포함한 진퇴 문제를 국회의 결정에 맡기겠다"고 선언하고 새누리당이 '4월 퇴진-6월 대선'을 당론으로 정하면서 탄핵 가결은 다시 어려워지는 듯했다.

그러나 야 3당은 지난 2일 밤 탄핵안 제출을 강행했고, 탄핵을 원하는 촛불 민심의 대세를 되돌리기에는 역부족임을 깨달은 새누리당 비박계의 회군으로 탄핵안은 이날 오후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정유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