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가 9일 광장에서 표출된 '촛불 민심'에 따라 박근혜 대통령을 탄핵했다. 박 대통령은 '청와대 게이트'에 분노한 민심이 1차 촛불집회를 연지 6주 만에 헌법적 절차에 따른 강제 퇴진 절차를 밟게 됐다.

	박근혜 대통령이 9일 오후 탄핵소추안이 가결된 이후 청와대에서 열린 국무위원 간담회에서 굳은 표정을 짓고 있다. 연합뉴스

이날 국회의 탄핵소추안 표결을 지켜본 시민들은 "시민이 탄핵한 시민의 승리, 민주주의의 승리"라고 말했다. 이와 함께 청와대 게이트로 불거진 국정 마비 사태를 가능한 한 빨리 매듭짓고 정국 정상화를 이뤄내야 한다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이와 관련해 더불어민주당 추미애 대표는 국회-정부 정책협의체 구성을 제안했다. 민주당, 국민의당, 정의당 등 야 3당은 이달 중 임시국회를 소집해 정국 수습에 나서기로 했다.

국회는 이날 오후 본회의를 열어 재적의원 300명 중 299명이 투표에 참여한 가운데 박 대통령 탄핵소추안을 찬성 234명, 반대 56명, 기권 2명, 무효 7명으로 가결했다. 찬성률은 78%이다. 새누리당 친박(친박근혜)계 최경환 의원은 표결에 불참했다. 현직 대통령의 탄핵안 가결은 2004년 3월 12일 당시 노무현 대통령에 이어 두 번째다.

탄핵안 통과 이후 새누리당 소속 권성동 국회 법제사법위원장은 '소추위원' 자격으로 탄핵의결서 정본과 사본을 각각 헌법재판소와 박 대통령에게 전달했으며, 즉시 국정 운영은 황교안 국무총리 권한대행 체제로 전환됐다.

박 대통령은 헌법재판소의 탄핵심판 결정이 나올 때까지 권한이 정지된다. 헌재는 탄핵에 대한 최종 결정을 180일 안에 하게 돼 있지만, 국정 공백 장기화에 따른 부담 등을 고려해 2, 3개월 안에 선고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노무현 전 대통령의 경우 63일 만에 탄핵심판 결정이 이뤄졌다. 정치권은 박 대통령의 탄핵 확정 가능성에 무게를 두면서 조기 대선이 불가피한 상황으로 판단하고 있어 차기 대선을 겨냥한 정당·정파 간 경쟁이 본격적으로 시작될 전망이다.

새누리당은 탄핵 직후 "국민께 다시 한 번 사죄드린다"면서 "헌재의 결정을 지켜보겠다"고 밝혔다. 민주당은 "국민이 승리한 날로 역사에 기록될 것"이라고 반겼다. 국민의당은 "이제 대통령은 국민의 뜻을 수용하고 새로운 대한민국을 위해 스스로 물러나야 한다"고 촉구했다.

정세균 국회의장은 "탄핵안이 가결된 이상 더는 혼란이 없어야 한다"면서 "지금 우리 경제는 백척간두의 위기에 놓여 있다. 공직자들은 한 치의 흔들림도 없이 민생을 돌보는 일에 전력을 다해달라"고 당부했다. 손균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