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비박 당 재정비 주도권 쥘 듯
- 이념노선 등 체질개선 시도
- "친박계 정면돌파 작심 땐
- 일전 끝에 결국 갈라설 것"

새누리당 비박(비박근혜)계의 당 장악이 가능할까. 9일 박근혜 대통령 탄핵안이 국회에서 압도적으로 가결된 만큼 당내 탄핵 찬성 여론을 이끌었던 비박계가 새누리당 재정비의 주도권을 쥘 것이 분명하다. 하지만 친박(친박근혜)계가 정면돌파에 나서면 당이 깨질 수도 있다. 이렇게 되면 보수 진영의 새판짜기 주도권을 놓고 친박계와 비박계 간 일전이 불가피하다.

새누리당 이정현(뒤) 대표와 정진석 원내대표가 9일 국회 본회의에서 박근혜 대통령 탄핵소추안 투표를 마친 뒤 자리로 돌아가고 있다. 오른쪽은 이날 탄핵안 가결 직후 무거운 표정을 짓고 있는 새누리당 유승민 의원. 연합뉴스

비박계는 이날 탄핵 결과를 계기로 박 대통령을 정점으로 했던 당 체질 개선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당내에 남아 세력 구도 재편을 시도하는 것이다. 당 간판은 물론 정강·정책 등 이념 노선의 전면 수정에 나설 것이라는 관측이 많다.

박 대통령 탄핵에 앞장섰던 비박계 유승민 의원은 탄핵안 가결 직후 기자들과 만나 "앞으로가 문제다. 헌정 질서, 헌법 질서를 지켜가면서 정치 혁명을 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비박계 탄핵 여론을 모았던 비상시국회의 대변인인 황영철 의원도 "당을 쇄신하고 새집을 짓기 위해서는 헌 집을 빨리 허물고, 집을 비우고, 새롭고 참신한 사람들이 새집을 짓고, 국민께 그 집을 돌려드리려 노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비박계는 다음 주부터 친박계가 장악한 최고위원회의 즉각 퇴진과 함께 비상대책위 체제로의 전환을 다시 요구할 것으로 예상된다. 친박계가 비박계의 요구를 수용하면서 '2선 후퇴'를 하면 충돌 없이 내전이 종식될 가능성도 있다.

그러나 양측이 결국 갈라설 것이라는 관측이 힘을 얻는다. 친박계가 쉽게 물러서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기 때문이다. 친박계 핵심인 이정현 대표는 이날 탄핵 가결 후 가진 긴급 최고위 간담회에서 "오는 21일 대표직에서 물러나겠다고 했는데, 훨씬 앞당겨질 수 있다"면서도 "당의 공백을 메울 수 있는 장치가 마련되면 바로 그만두겠다"고 말해 즉각적인 사퇴는 거부했다.

탄핵안 표결 결과도 친박계와 비박계가 치열한 '백병전'을 벌이다 갈라설 것이라는 분석에 힘을 보탠다. 당내에서 비박계의 예상보다 훨씬 많은 62명이 탄핵에 찬성했지만, 불참·반대·기권·무효표도 66표다. 반대표로 해석되는 66표가 친박계 결집에 따른 것이라면 양측의 힘이 팽팽해 비박계가 친박계를 강제 진압하기도 어렵다. 친박계가 버티기로 일관하고, 당의 회생 기미가 보이지 않으면 비박계가 먼저 탈출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박태우 기자 yain@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