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일 박근혜 대통령 탄핵안이 국회를 통과하면서 정치적으로 '폐족' 위기에 몰린 새누리당 친박(친박근혜)계는 한겨울에 '시베리아 벌판'에 선 처지가 됐다.

새누리당 이정현 대표와 최경환 의원 등 친박계는 이날 국회 본회의에 앞서 마지막까지 박 대통령 탄핵의 부당성을 강조하면서 저항했지만, 친박계 내부에서조차 상당수가 등을 돌렸다. 최 의원은 의원들에게 돌린 성명에서 "탄핵 표결만큼은 막아야 하는 것이 제 소신이고 양심이다"고 주장했지만 공허한 외침으로 끝났다.

박 대통령의 호위무사를 자처해온 친박계는 정치적 소멸의 길을 걸을 것으로 보인다. 친박계는 박 대통령이 첫 대선에 도전했던 2002년부터 계파를 형성했으나, 박 대통령과 최순실 씨 일파의 국정 농단에 분노한 민심과 맞서면서 폐족의 운명을 재촉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여당 소속 127명의 의원 가운데 70명가량인 친박계는 박 대통령에게 맹목적으로 충성한다는 비판에도 정치적 고비마다 결속력을 과시했다. 하지만 이번 탄핵투표에서 친박계는 탄핵에 반대한 56명으로 쪼그라들었고, 여당 내에서 입지도 급격히 위축됐다.

무엇보다 이 대표를 비롯한 친박 지도부 체제도 붕괴 절차를 피할 수 없을 것으로 관측된다. 이는 헌법재판소의 심판에 대응해야 하는 박 대통령이 정치적으로 무장 해제되는 상황으로 내몰린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친박계는 그동안 국정 농단의 '혐의'만으로 탄핵소추를 하는 것은 부당하다는 논리를 펴며 박 대통령을 정치적으로 지원했다. 따라서 친박계의 몰락은 박 대통령이 정치적 보호막을 잃는 것을 의미한다.

친박계는 박 대통령의 탄핵안 표결에서 최소 70명 가까이 반대표를 던지면서 세력이 건재하다는 점을 확인하면 헌재의 심판을 기다리며 정치적 회생을 모색하려 했다. 유기준 의원 등 친박 중진들이 탄핵안이 통과되는 마지막 순간까지 반대표 결집에 나섰던 이유도 여기에 있다.

그러나 친박은 여당 내부에서도 소수로 전락한 데다, '부패 보수, 국정 농단 동조세력'으로 지목된 상황이라 헌재의 심판이 나올 때까지 계파를 유지할 수 있는 최소한의 동력 확보조차 쉽지 않아졌다. 손균근 기자 kkshon@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