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탄핵안 가결 땐

- 김세연·장제원·하태경 의원
- 부산 비박 소장파 부상하고
- 유기준 등 친박 입지 약화
- 경남 김재경 목소리 커질듯

# 탄핵안 부결 땐

- 친박계 쇄신작업 주도하고
- 비박계 탈당대열 합류 전망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9일 탄핵소추안 국회 표결 이후 부산·울산·경남(PK) 여권 정치 지형은 근본부터 흔들릴 것으로 예상된다. '포스트 탄핵' 정국에서 지역 여권 세력 재편은 불가피할 전망이다.

새누리당 정병국·나경원 의원과 김무성(가운데) 전 대표가 8일 국회에서 정세균 국회의장과의 면담을 마친 뒤 의장실을 나서고 있다. 이용우 기자

탄핵안이 가결되면 부산에는 거센 세대교체 바람이 불어닥칠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 4·13총선에서 '현역 100% 공천'으로 실패했던 세대교체 바람이 박 대통령에 대한 탄핵을 계기로 강하게 일 가능성이 크다.

특히 박 대통령 탄핵을 주도했던 김세연(금정)·장제원(사상)·하태경(해운대갑) 의원 등 비박(비박근혜)계 40대 의원들이 중심축으로 자리 잡으면서 영향력 확대에 나설 것으로 관측된다. 여권 변화의 바람이 차기 대선은 물론 지방선거까지 이어져 부산시장과 기초단체장 공천까지 강타할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이와 달리 부산 여권의 주류였던 유기준(서동) 유재중(수영) 이헌승(부산진을) 윤상직(기장) 의원 등 친박(친박근혜)계 입지는 급격히 약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더불어민주당 우상호 원내대표가 8일 탄핵 부결 시 당 소속 의원의 총사퇴 방침을 밝히며 사직서를 들어 보이고 있다. 이용우 기자

일부 친박 핵심 의원은 출당 압박에 직면할 수도 있다. 다만, 부산 여권의 변화 바람이 차기 총선의 인적 쇄신으로 이어질지에 대해서는 전망이 엇갈린다. 노무현 전 대통령 탄핵 직후 치러진 2004년 4월 제17대 총선 당시 '탄핵 역풍'을 맞은 한나라당은 부산 공천에서 7명을 교체하는 대대적인 물갈이를 단행했다. 그때와 상황은 다르지만 친박계가 '청와대 게이트 책임론'의 중심에 있는 만큼 차기 총선에서도 '친박 지우기'는 불가피할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반대로 차기 총선 때는 청와대 게이트 여파가 그다지 미치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차기 총선까지 3년 6개월이나 남았고, 특검과 헌법재판소 결정, 차기 대선과 지방선거 등 정치 일정에 따라 또다시 정국이 요동칠 가능성도 있기 때문이다.

경남에서는 박대출(진주갑) 윤영석(양산갑) 의원 등 친박계 재선 그룹의 운신 폭이 좁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이와 반대로 비박계의 탄핵 사령탑 역할을 한 비상시국위원회 실무위원장인 김재경(진주을) 의원이 목소리를 키울 것으로 보인다.

일각에서는 부산과 달리 서부와 동부, 도시와 농촌의 민심이 차이를 보이는 경남의 특성상 특정인 중심의 세력 재편보다는 각자도생 현상이 심화될 것이라는 전망도 제기한다.

만일 탄핵안이 부결되면 지역 여권 전체가 후폭풍에 휩싸일 수밖에 없다. 이런 가운데 여전히 친박계가 주도하는 쇄신 작업이 진행될 것으로 예상된다. 하태경 의원 등 일부 지역 비박계는 탈당 대열에 합류할 것으로 관측된다.

울산지역 여권은 탄핵 결과에 크게 영향을 받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여당 의원이 4명밖에 되지 않는 데다 3명이 친박계다. 유일한 비박계인 강길부(울주) 의원은 두 번이나 무소속으로 당선돼 새누리당에 입당한 만큼 지역 여권의 변화를 주도하기에는 한계가 있다.

박태우 기자 yain@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