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문회에서는 늘 어록이 탄생했다. 스타도 떠올랐다. 7일과 8일 양일간 열린 '박근혜 정부의 최순실 등 민간인에 의한 국정농단 의혹사건 진실규명을 위한 국정조사특별위원회' 청문회에서도 많은 말들이 오갔다.

최순실 국정농단 의혹 청문회에서 깊은 인상을 남긴 사람들. 장시호 주진형 이승철 고영태(왼쪽 위부터 시계방향). 연합뉴스

　?안민석 "제가 밉죠?" 장시호 "꼭 한 번 보고 싶었다"

　7일 2차 청문회에 불참했다가 동행명령장을 발부한 끝에 자리한 최순실 씨의 조카 장시호 씨는 자신에 대해 처음으로 언급한 더불어민주당 안민석 의원과 마주쳤다. 안 의원은 "내가 밉냐"는 질문에 "네"라고 답했다. 이어 "인간적으로는 미안하게 생각한다. 개인적으로 미워하지는 말아라"고 안 의원이 말하자 "꼭 한 번 보고 싶었다"고 장 씨가 답했다. 8일 오전 한 라디오 방송에 출연한 안 의원은 "엄중한 시국에 증인과 '썸'을 타느냐고 폭풍 비난을 받았다"고 전하기도 했다.

　?주진형 "재벌은 조폭과 방식 같아"

　6일 재벌 총수들이 대거 참석한 청문회에 참고인 신분으로 출석한 주진형 전 한화투자증권 대표이사는 시종일관 소신 있고 당당하게 답했다. 그는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에 반대 의견을 밝혔다가 부당한 사퇴 압력을 받았다. 더불어민주당 손혜원 의원의이 한화에서 왜 그렇게 예민하게 반응했는지 질의하자 재벌을 조직폭력배에 비유했다. 주 전 대표는 "누구라도 한마디 말을 거역하면, 확실하게 응징을 해야 다른 사람들이 말을 따라간다는 논리"라고 말했다. 바로 앞자리에 앉은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이 곤혹스러운 표정을 짓는 모습이 화제가 되기도 했다.

　?이승철 "당신은 재벌 아니잖아요"

　이승철 전국경제인엽합회 부회장은 딱딱한 청문회에 잠시나마 웃음을 줬다. 대기업 총수 9명이 배석한 가운데 안민석 의원은 "촛불집회에 나가신 분은 손을 들어보라"고 말했다. 모두들 눈치만 보는 가운데 이 부회장의 손이 올라갔다. 안 의원은 곧바로 "당신은 재벌이 아니잖아요"라고 지적했고 현장에선 웃음이 나오기도 했다. 이 부회장은 미르와 K스포츠 재단 모금책으로 지목된 인물이기도 하다.

　?고영태 "최순실과 멀어진 건 '개'때문"

　고영태 전 더블루케이 이사는 최순실 게이트의 판도라의 상자를 연 인물이다. 그가 제보한 영상과 내용이 보도되면서 하나씩 실마리가 풀리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8일 청문회에서도 그는 많은 증언을 쏟아냈다. 새누리당 이완영 의원이 최순실과 싸우고 차은택 전 창조경제 추진단장에게 각각 전화를 했다는데 어떤 상황이냐고 묻자 "원인은 개 때문이었다"고 답했다. 고 전 이사가 정유라 씨가 키우던 개를 잠시 맡고 있었는데, 최순실 씨가 개를 찾으러 왔을 때 골프를 치러 나가 연락을 못 받았고 그 때문에 싸웠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최 씨가 2년 전부터 모욕적인 말을 하고 밑의 직원들에게 사람 취급을 하지 않는 행위를 많이 했다"고 폭로하기도 했다.

　배지열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