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문재인 전 대표는 24일 국제신문과의 단독 인터뷰에서 내년 대선을 앞둔 민주당이 수권정당으로서의 준비를 마쳤다며 대권에 대한 강한의지를 피력했다. 

또 문 전 대표는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탄핵은 반드시 이뤄질 것"이라며 앞으로 진행될 탄핵 정국에 대한 자신감도 내비쳤다. 하지만 내년 대선과 정계 개편 등 민감한 정치 이슈에 대해서는 즉답을 피했다. 

-수권정당으로서 민주당을 어떻게 평가하나.

▶민주당은 김대중·노무현 정부 등 두 차례 집권 경험이 있다. 수권정당의 자격과 경험을 충분히 갖추고 있다. 특히 국정의 두 축인 경제와 안보 측면에서 민주당이 새누리당보다 우월하다고 확신한다. 

부산 울산 경남지역은 지난 대선에서 압도적으로 박 대통령을 지지했던 곳이다. 아마 국민은 경제와 안보, 보수적 가치 측면에서 보수정당인 새누리당이 민주당보다 낫다고 판단했을 것으로 생각한다.

하지만 새누리당의 경제·안보 분야 무능은 이제 온 국민이 체감하고 있다. 새누리당이 경제에 유능하다는 고정관념이 이제 다 무너졌다. 안보도 보수냐, 진보냐의 문제가 아니라, 누가 더 유능하고 무능하느냐의 시각으로 봐야 한다. 노무현 정부 당시 예방적 안보 정책을 편 덕분에 북한과 거의 충돌하지 않았다. 하지만 이명박·박근혜 정부에서 북핵 문제가 조금이라도 해결됐는지 반문하지 않을 수 없다. 그저 비난만 할 뿐 북핵의 고도화를 저지하거나 제동도 걸지 못했다. 이제 안보도 새누리당보다 민주당이 훨씬 유능하다고 생각해 주셨으면 한다. 그게 진실이다.

-'청와대 게이트'로 박 대통령의 국정 지지도가 역대 최저인 5%까지 떨어졌지만, 민주당의 지지율 역시 30% 초반에서 답보 상태다.

▶뼈아픈 대목이다. 새누리당의 참담한 실패에도 국민은 민주당을 선뜻 대안으로 여기지 않는다는 의미로 받아들인다. 더 노력해야 할 부분이다. 하지만 민주당은 지난 4·13 총선 때 부산 경남에서 8석을 확보했다. 지역 구도가 무너지기 시작했다. 아직 충분히 만족할 만한 수준은 아니지만 부울경에서도 새누리당과 경쟁하고 선택받을 준비가 됐다. 국민이 지켜봐 주셨으면 한다. 잘하면 뽑아주고 못 하면 채찍질하면 된다.

-현재 대선 주자 중 지지율 1위를 기록 중이다. 24일 여론조사기관인 리얼미터의 대선 주자 지지율 조사에서 문 전 대표는 21.2%로, 반기문(17.4%) 유엔 사무총장과의 격차를 더 벌렸다. 대선 주자로서 비전은 무엇인가.

▶큰 틀에서 '경제적 불평등 해소'와 '사회적 불공정 해결'이라는 두 가지다. 현재 대기업 중심의 경제 시스템은 5·6공화국 때 적합한 모델이다. 결국, 우리 경제는 한계에 봉착할 수밖에 없다. 수출과 내수가 함께 가야 한다. 그런 맥락에서 경제적 양극화 해소를 통한 가계 소득 증가가 시급하다. 일본은 장기 불황을 버틸 기초 체력이 있지만, 한국은 이번 골든타임을 놓치면 남미형 불황으로 갈 우려가 크다.

또 이번 최순실 사태를 지켜보는 국민은 불공정이 일상화된 것에 대한 상심이 크다. 이번 촛불 민심의 궁극적인 지향점은 박 대통령의 퇴진을 넘어 '공정한 세상'을 만드는 데 있다. 4·19혁명과 6·29선언 등을 통해 국민은 늘 이겼지만, 그때마다 정치가 다 망쳐놓았다. 이번에 제대로 촛불 민심을 잘 받든다면 잘못된 과거를 청산하고 원칙과 정의가 바로 서는 공정한 세상, 국민이 진짜 주인인 진정한 민주공화국을 만들수 있을 것이라 확신한다.

-내년 대선에서 여야 후보 중 경쟁 상대는 누가 될 것으로 보나. 또 손학규 전 민주당 대표를 중심으로 진행되는 '제3 지대론'에 대한 평가는.

▶지금 탄핵을 앞두고 있는 상황에서 내년 대선을 점치기는 어렵다. 또 제3 지대론에 대해서도 깊이 생각해 본 바 없다.

-새누리당 김무성 전 대표가 지난 23일 대권 불출마를 선언하면서 개헌 병행 추진을 언급했다. 탄핵과 개헌을 동시에 추진할 수 있다고 보는가.

▶지금 탄핵 문제만 해도 버거운 상황이다. 이런 와중에 개헌을 얘기하는 것은 다른 정치적인 계산이 깔려 있다고 볼 수밖에 없다. 개헌은 다음 정부에서 해야 한다.

-대통령에 대한 탄핵 시계가 빨라지고 있다. 정치권 일각에서는 '탄핵이 물리적으로 어렵다'는 시각도 있다.

▶탄핵은 문제없다. 새누리당 의원들도 대통령 탄핵이라는 시대적 요청 앞에서 다른 선택을 할 수 없을 것이다. 국회에서 탄핵소추안이 압도적으로 의결되고, 전국적으로 촛불 민심이 타오르면 헌법재판소도 민심을 거스르는 선택을 할 수는 없다. 탄핵 심판도 오래 끌지 않을 것이다.

야권이 탄핵으로 방향을 잡은 이상 지체 없이 발의해야 한다. 야 3당이 합동 의원총회를 열어 야당 의원 전원이 탄핵 발의를 선언하고, 새누리당 의원들에 대해서도 공개적으로 탄핵 발의 의사를 물어 매일 서명 결과를 공개해야 한다. 새누리당 역시 박 대통령과 함께 국정 농단의 공범이다. 지금이라도 국민에 용서를 구하는 방법은 탄핵 대열에 동참하는 것이다. 김무성 전 대표가 대권 출마를 접고 탄핵 대열에 선 것은 그나마 국민에 대한 책임을 통감했다는 의미다.

-청와대 게이트 초기에는 정국 해법에서 탄핵보다는 대통령의 2선 퇴진에 무게를 뒀다. 탄핵으로 바꾼 배경은 무엇인가.

▶처음부터 나는 촛불 민심과 함께했다. 다만, 박 대통령이 국정에서 손을 떼고 2선으로 물러나는 게 시급하다고 판단했는데 그것을 거부했으므로 강제적인 퇴진인 탄핵을 추진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탄핵에는 시간이 걸리므로 퇴진 운동을 병행하겠다. 탄핵까지 간다면 정말 '불행한 종말'이다. 그 전에 박 대통령이 스스로 내려오도록 전국의 촛불 민심과 퇴진 운동을 함께 진행하겠다. 박 대통령이 탄핵에 소요되는 시간을 믿고 버티기로 나섰다. 하지만 시간은 우리의 편이다. 국민이 지치지 않고 다양한 방법으로 '촛불 민심'을 끌고 나간다면 탄핵은 반드시 성사된다.

-박 대통령이 애초 약속을 파기하고 검찰 수사를 거부했다.

▶박 대통령은 설사 이번 사태의 피의자가 아니더라도 국민에게 진실을 밝힐 책무가 있다. 검찰 수사의 대상이 됐는데도 검찰 수사에 협조하겠다던 약속을 깨고 수사를 거부했다. 진실을 밝히는 게 아니라 피의자로서 어떤 것이 유리한지 시간을 끌며 정치적인 계산만 한다.

부산 해운대 엘시티(LCT) 비리 의혹에 대해 지위 고하를 막론하고 엄단하라는 박 대통령의 말은 자기모순으로 가득하다. 대통령 자신은 검찰 수사를 거부하면서 어떻게 검찰에 수사를 지시할 수 있나. 이제는 검찰도 대통령으로서 예우할 이유가 없다. 그냥 피의자로 소환해 강제 수사를 해야 한다. 헌법상 형사소추는 못 하지만 퇴임 이후 기소를 위해 수사해야 한다. 법 앞에 성역이 없다는 걸 보여주어야 한다. 현재 밝혀진 검찰의 수사 결과도 일부에 지나지 않는다. 이미 밝혀진 사실만으로도 박 대통령은 물러나야 하고, 탄핵 이유도 충분하다. 특검을 하면 최순실 국정 농단과 관련된 뇌물 수수와 '세월호 7시간' 등 충격적인 범죄 사실이 추가로 밝혀질 것이다.

-해운대 엘시티 사업에 야권 인사들이 연관됐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엘시티 사업 추진 과정에서 인허가권을 장악하고 있던 부산시장과 구청장, 국회의원 모두 새누리당이었다. 나를 비롯한 야당 인사들은 사업에 영향력을 미칠 수 있는 위치에 있어 본 적이 없다. 엘시티 사업 특혜의 결정판은 전국에서 유일하게 엘시티라는 단위 사업에 대한 투자이민제를 승인해 준 것이다. 박근혜 정부가 한 일이고, 최순실 씨가 관련됐다는 의혹이 짙다. 

 윤정길 기자 yjkes@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