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급 이하 기밀 관리·보안 규정
- 미국과도 공유 않고 1년간 유효
- 자위대 한반도 진출 명분 우려
한국과 일본이 23일 양국 군사정보의 직접적인 공유를 가능하게 하는 군사비밀정보보호협정(GSOMIA)을 체결하고 본격적인 군사협력 확대를 위한 첫걸음을 내디뎠다.
협정 체결로 양국은 점증하는 북핵·미사일 위협에 대한 군사적 공조를 강화하고 동북아시아에서 미국이 주도하는 한미일 3각 군사협력도 힘을 받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전문가들은 북한의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개발로 한일 양국이 대잠작전 능력을 강화할 필요성이 어느 때보다 커졌다고 지적한다. 일본은 잠수함을 탐지·추적하는 해상초계기를 77대나 보유하고 있어 대잠작전 능력이 뛰어나다.
GSOMIA는 2급 이하 군사기밀을 공유할 때 보안을 어떻게 담보할 것인지에 대한 구체적 사항을 담고 있다. 총 21개 조항에 걸쳐 교환할 ▷비밀의 등급과 제공 방법 ▷보호 원칙 ▷정보 열람권자의 범위 ▷파기 방법 ▷분실 및 훼손 대책 ▷분쟁 해결 원칙 등을 정하고 있다.
협정의 목적은 '군사비밀정보의 보호 보장'(제1조)이다. 제4조는 교환할 군사비밀정보의 등급이 정의돼 있다. 한국의 '군사 Ⅱ급 비밀'은 일본의 '극비·특정비밀'에, 한국의 '군사 Ⅲ급 비밀'은 일본의 '비(秘)'에 상응하도록 규정돼 있다. 군사기밀보호법에 따르면, '군사 Ⅰ급 비밀'은 '치명적인 위험'으로 협정문에 아예 등장하지 않는다.
제6조는 정보보호의 원칙으로 두 나라가 공유한 정보는 미국과도 공유할 수 없다. 군사비밀 정보는 정부 대 정부 간 경로를 통해 당사자 간에 전달되며(제9조), 관련 정보가 보관된 시설의 보안에 대해 책임져야 한다(제10조).
제21조는 협정의 유효기간과 종료에 대한 사항이다. 협정의 유효기간은 1년이며, 협정의 종료를 원하면 상대국에 종료 90일 전 외교 경로를 통해 서면으로 통보해야 한다. 이런 조치가 없으면 협정은 자동으로 1년씩 연장된다.
그러나 국내 여론이 온통 '청와대 게이트'에 쏠린 상황에서 정부가 여론 수렴도 없이 속전속결로 협정을 밀어붙여 거센 비난을 받고 있다. 특히 일본에 북한 핵·미사일 정보를 제공하는 것은 자위대가 북한 위협을 빌미로 한반도에 진출하는 명분을 제공할 것이라는 우려도 제기된다. 또 GSOMIA를 계기로 미국이 북한뿐만 아니라 중국을 겨냥해 동북아 지역에 구축하는 미사일 방어체계에 한국이 깊숙이 편입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날 오전 전쟁반대평화실현국민행동 등 11개 시민단체는 국방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번 협정은 동북아의 군사적 갈등을 부추길 뿐이다. 협정은 무효"라고 주장하며 강력하게 반발했다. 윤정길 기자 yjkes@kookj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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