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면·부산역광장 등서 잇단 시위
- 90개 단체 '부산운동본부' 출범
- 5개 대학 총학 공동 시국대회도
- 뒤풀이집회는 자정까지 이어져

'최순실 국정 농단' 파문에 대한 박근혜 대통령의 두 번째 대국민 사과도 끓어오르는 민심을 달래지 못했다. 지난 5일에는 부산 경남을 비롯해 전국에서 30만 명이 거리로 쏟아져 나와 박 대통령의 퇴진을 촉구했다. 7일에도 전국적으로 집회가 예고돼 있다. 또 오는 12일 열리는 민중총궐기대회는 지난 주말보다 더 큰 규모가 될 것으로 보여 광우병 사태 때에 이어 '제2의 촛불정국'으로 확산될 가능성도 크다.

	지난 5일 부산 부산진구 서면 쥬디스태화 앞 광장에서 5000여 명의 시민이 모여 박근혜 대통령의 퇴진을 촉구하고 있다. 전민철 기자 jmc@kookje.co.kr

지난 5일 오후 부산역광장에서 민중총궐기부산준비위와 백남기부산대책위 주최로 열린 '박근혜 하야하라! 부산 시민대회'에는 3000여 명(경찰 추산 1500명)이 참가했다. 부마항쟁기념사업회·부산시민연대·부산민중연대를 비롯한 90여 개 단체는 이날 '박근혜 정권 퇴진 부산운동본부' 출범도 선언했다. 부산운동본부는 선언문에서 "개각이나 거국중립내각으로 국민적 분노가 희석될 것으로 생각하면 정말 큰 오산"이라며 "각종 불법과 비리의 몸통인 박 대통령이 물러나지 않으면 국민적 분노가 사그라지지 않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집회를 마친 참가자들은 "박근혜 퇴진! 박근혜 하야!" 구호를 외치며 부산 서면 쥬디스태화 앞까지 5.3㎞ 구간을 행진했다. 시민들이 거리행진 참가자들에게 물과 음식을 나눠주는 모습도 보였다.

서면에서는 이날 오후 5시부터 5개 대학 총학생회 주최로 '박근혜 하야하라! 대학생 시국대회'가 열렸다. 부산대 유영현 총학생회장의 정권 규탄 발언과 시국선언문 낭독에 이어 많은 시민이 자유발언을 하는 '필리버스터'가 진행됐다. 두 아이의 엄마라고 밝힌 30대 여성은 "직장 동료들이 '세금 내서 최순실 먹여 살렸다'며 자조 섞인 농담을 한다. 우리 아이들은 상식이 통하는 사회에서 살게 하고 싶다"면서 박 대통령의 퇴진을 촉구했다.

오후 7시30분 부산역에서 출발한 거리행진 참가자들이 합류하자 집회 규모는 5000여 명(경찰 추산 3000명)으로 불어났다. 쥬디스태화 앞 삼거리는 발 디딜 틈이 없었다. 집회에 참가한 오모(42) 씨는 "망설이다가 용기를 냈다. 내가 집에 있으면 박 대통령이 퇴진하지 않고 눌러 앉을까봐 동참했다"며 "정권 퇴진을 간절히 바라는 사람이 이렇게 많은 만큼 박 대통령은 민의를 받아들여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지난 5일 오후 서울 광화문 광장에서 열린 '박근혜 정권 퇴진' 집회에 참가한 시민들이 촛불을 들고 행진하고 있다. 연합뉴스

서면 집회를 마친 참가자들은 서면교차로~NC백화점~광무교~복개로~천우장 2.1㎞ 구간에서 거리행진도 벌였다. 이날 밤 9시30분에는 쥬디스태화 옆 사거리에서 다시 집회가 열렸고, 참가자들은 박 대통령 퇴진을 외쳤다. 주최 측은 철거했던 음향설비를 다시 설치해 '뒤풀이 집회'를 하기도 했다.

자유발언이 계속 이어져 집회는 자정이 가까워져서야 끝났다. 주최 측의 한 관계자는 "뒤풀이 집회는 처음 경험해 본다. 주말 밤 사람들이 귀가하지 않고 못다한 이야기를 풀어내는 것만 봐도 얼마나 분노했는지 알 수 있다. 박 대통령이 하야할 때까지 매일 쥬디스태화 옆에서 집회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철욱 기자 jcu@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