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더민주 격앙 속 긴급의원총회
- 김병준 사퇴 뒤 거국내각 구성
- 靑 거부 땐 퇴진 촉구 나설 듯

박근혜 대통령의 '불통 개각'이 야권의 강경투쟁을 촉발시키고 있다. 야권은 기존 정치권에서 논의했던 거국중립내각이 수용되지 않을 경우 대통령의 퇴진을 요구하는 초강수를 두는 쪽으로 분위기가 선회하고 있다.

야권 대선주자들 역시 박 대통령의 개각 발표에 일제히 반발하면서 퇴진을 요구하는 강경 입장으로 돌아서 전열을 재정비하는 국면이다.

더불어민주당은 3일 비공개 긴급 의원총회를 열어 전날 박 대통령의 개각 단행에 따른 후속 대응 방안을 논의했다. 전날 비공개 의총과 최고위윈회 회의를 열어 '최순실 게이트' 진상 규명 촉구에 무게를 둬 온 기존 방침에서 대응 수위를 한 단계 높이겠다는 기조에 따라 거국중립내각 수용 여부를 비롯해 박 대통령 하야·탄핵 요구 등을 놓고 격론을 벌였다.

이날 의총에서는 지금은 거국내각론과 하야론 중에 택일해야 하는 국면이 아니라는 목소리가 다수였던 것으로 전해졌다. 정국 수습을 위해 김병준 총리 내정자 지명 철회와 정치권에서 거론되는 거국내각을 동시에 요구하고 청와대가 이에 응하지 않으면 하야나 탄핵 등 수위를 올려야 한다는 '단계론'이 부각된 것으로 알려졌다.

국민의당 지역위원장들도 성명을 내고 "대통령이 국민을 버렸다. 온 국민이 처절한 배신감과 모멸감, 분노에 몸서리치고 있다"며 박 대통령 퇴진을 촉구했다.

국민의당 박지원 비상대책위원장 겸 원내대표는 이날 경기방송 라디오에 출연해 "박 대통령이 이번 국무총리 지명 등과 같이 여전히 변하지 않으면서 꼼수·공작 정치를 계속한다면 하야의 길로 갈 수밖에 없을 것"이라며 "이미 국민은 대통령을 식물대통령으로 보고 있다"고 경고했다.

박 대통령에 대한 탄핵과 하야 등 야권의 강경론은 주말인 5일 광화문 광장에서 열리는 고(故) 백남기 농민의 영결식이 기로가 될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 추미애 대표와 국민의당 박 비대위원장은 공동장례위원장 자격으로, 소속 의원들은 장례위원으로 참석한다. 영결식이 박 대통령 퇴진 요구 집회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고 야당 의원들의 동참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하지만 제1야당인 민주당은 대통령 하야 투쟁을 주도하는 데 대한 정치적 부담도 크다.

민주당 추 대표는 의총 중의를 수렴하는 동시에 여론을 바탕으로 당내 대권 주자 및 원로들의 의견까지 종합해 최종 당론을 결정할 방침이다.

윤정길 기자 yjkes@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