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여야 합의 없이 '盧의 남자'
- 경제부총리엔 임종룡 내정
- 안전처 장관 박승주 발탁
박근혜 대통령이 2일 야당과 협의 없이 김병준 전 청와대 정책실장을 신임 국무총리에 내정하는 등 개각을 전격 단행했다. 야권은 이를 '대국민 선전포고 개각'으로 간주하고 파상 공세를 폈다. 야권은 '최순실 게이트의 몸통'으로 지목된 박 대통령이 국정 일선에 물러나라는 민심을 거부하고 눈가림식 '책임총리'로 국면을 벗어나려 한다며 탄핵과 하야까지 거론하고 나서 정국이 수습은커녕 악화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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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병준 신임 국무총리 내정자가 2일 서울 종로구 금융감독원 연수원에서 총리 내정에 대한 소감을 밝히고 있다. 이용우 기자 ywlee@kookje.co.kr |
박 대통령은 이날 오전 신임 국무총리에 김병준 국민대 교수를 내정했다. 신임 경제부총리에는 호남 출신 임종룡 금융위원장을 발탁했다. 국민안전처 장관에도 호남 출신으로, 참여정부 시절 여성가족부 차관을 지낸 박승주 씨를 내정했다.
청와대는 "정치권이 요구하는 거국중립내각 취지를 살리기 위해 참여정부 당시 청와대 정책실장을 지낸 김 교수를 책임총리로 발탁했다"며 "새 총리에게 대폭 권한을 줘 '내치'를 맡기는 형태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임 부총리와 박 장관 내정자도 박 대통령과 김 총리 내정자가 협의해 인선했다고 청와대는 설명했다.
하지만 박 대통령이 '최순실 정국' 수습용으로 꺼낸 김 총리 내정 카드에 야권은 '대국민 선전포고'라고 강력 반발했다. 최순실 사태로 국정이 사실상 마비돼 박 대통령이 국정 일선에서 배제돼야 함에도 책임총리 카드로 시간 끌기에 나선 결과 국민적 역풍을 맞을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야권은 박 대통령이 새누리당을 탈당하고 여야 합의를 거쳐 총리를 임명하는 거국내각을 구성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더불어민주당 국민의당 정의당 등 야 3당은 박 대통령이 김 총리 내정자 카드를 꺼낸 정치적 의도는 물론 과정과 내용 모두 국민의 요구와 거리가 멀다고 반발했다.
먼저 박 대통령이 독단적으로 김 총리를 내정한 과정이다. 국민의 불신을 받는 박 대통령이 여전히 독선적인 국정 운영을 고집하고 있다는 것이다.
박 대통령이 야당 인사인 김 총리 내정자를 택해 야당의 반발을 줄여보겠다는 계산도 들어있다고 야권은 보고 있다. 호남 출신을 경제부총리와 장관에 내정한 것도 이와 같은 맥락이다.
야권은 김 총리 후보자에게 '내치'를 맡기기로 한 부분 역시 액면 그대로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이다. 박 대통령이 안보·외교 등 '외치'를 계속하면서 정국 주도권은 놓지 않겠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민주당 추미애 대표는 "최순실 내각을 정리하라고 했더니 제2차 최순실 내각을 만들었다"고 강하게 반발했다.
국민의당 천정배 의원은 "절대다수의 국민이 하야를 요구하고 있다. 대통령은 당장 응답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정의당 심상정 대표는 "하야하랬더니 국민과 싸우겠다는 선전포고를 했다"며 비난했다.
정유선 기자 freesun@kookj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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