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음료수·다과도 10만 원선 준비
- 의원들에 교통 편의는 제공

26일부터 시작되는 올해 국정감사는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김영란법)' 시행과 맞물리면서 예년과 사뭇 다른 풍경을 연출할 전망이다.

당장 피감기관에서 소속 위원회 위원들에게 식사를 대접해 온 관행이 사라지게 됐다.

국민권익위원회는 최근 국감 기간에 피감기관이 위원들에게 3만 원 이내라도 음식물을 제공하지 못한다고 유권해석을 내렸다. 권익위는 "국정감사 기간 피감기관은 국회의원의 직무와 직접적 이해관계가 있다"며 "소관 상임위원회 국회의원 등에 식사를 제공하는 것은 원활한 직무수행이나 사교, 의례 목적이 인정될 수 없으므로 3만 원 이내의 식사도 허용되지 않는다"고 규정했다.

정세균 국회의장 역시 지난 23일 김영란법이 처음 적용될 올해 국정감사를 앞두고 20대 국회 의원 전원에게 "피감기관과 식사를 자제하라"는 내용의 서신을 보냈다.

이에 따라 중앙부처별로 국정감사를 준비하는 팀은 내부 원칙을 세웠다. 식사 장소는 피감기관에서 알아보되, 비용은 각자 지불한다는 내용이다. 국회도 행정실을 중심으로 다과 등을 직접 준비하겠다는 의견을 피감기관에 전달했다.

한국수자원공사는 국회 국토교통위원회가 국정감사 기간 발생한 식사비용은 위원회에서 결제하겠다는 의사를 전해옴에 따라 현재 구내식당에서 1만5000원 상당의 식단을 짜고 있다고 25일 밝혔다. 국감 행사장에 비치할 음료수와 다과 비용도 10만 원 선을 넘지 말아야 한다는 권익위 유권해석에 맞춰 준비하고 있다.

세종시 역시 국회 안전행정위원회로부터 "1만5000원 가격대에 맞춰 식당을 예약만 해주면 결제는 위원회에서 하겠다"는 연락을 받고 시청사 주변으로 국회의원들이 이용할 식당을 알아보고 있다. 시는 다만 KTX를 타고 오송역에 내리는 위원들에게 관용 버스를 활용한 교통 편의는 제공해주기로 했다.

김영란법 시행일 전인 26일, 27일 국감을 받는 정부 부처들에도 이 같은 원칙은 지켜진다. 김영란법 시행일과 무관하게 김영란법 도입 취지를 살리겠다는 의도에서다.

피감기관 관계자들이 소관 상임위 소속 의원실 보좌진에게 식사를 대접하는 모습도 이제는 찾아보기 어렵게 됐다. 첫 시행으로 이목이 쏠리는 만큼 각 의원실에서는 피감기관 관계자들과 아예 식사 약속 자체를 잡지 않는 분위기다.

정유선 기자 freesun@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