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朴 정면돌파로 국정동력 유지
- 대선 전초전 양상 강 대 강 충돌
- 국회의장과 '해임안 절차' 맞서

박근혜 대통령이 25일 야당이 국회에서 전날 단독처리한 김재수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에 대한 해임건의안을 거부하면서 정국이 얼어붙고 있다. 특히 대통령이 국회를 무시하고 국민적 바람인 여야 정치권의 협치 대신 극한 대치만 조장했다는 비난 여론도 일고 있다.

정세균 국회의장이 지난 24일 자정을 앞두고 국회 본회의에서 날짜 변경으로 인한 본회의 차수 변경을 선포하자 새누리당 정진석 원내대표 등이 강하게 항의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 같은 상황에서도 박 대통령이 국회의 해임건의안 수용 불가하다는 입장을 밝힌 것은 "야권에 밀리면 끝"이라는 정치적 의중이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야권의 국정흔들기'에 정면돌파라는 강공책을 쓰지 않으면 야권에 계속 끌려다니게 되고, 이는 곧 레임덕(임기 말 권력누수) 가속은 물론 정부여당의 존재감이 미미해질 수 있다는 점을 우려했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경색정국이 장기화될 우려가 있다. 정치권 일각에서는 정국파행이 길어질 경우 박 대통령과 여당의 국정운영은 물론 수권정당을 꿈꾸는 야당에도 부담이되는 만큼 탈출구를 찾을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정국 주도권 경쟁의 '도화선'

더불어민주당 우상호 원내대표가 지난 24일 새벽 국회 본회의에서 김재수 농림축산식품부 장관 해임건의안이 통과된 후 국민의당 의원들에게 감사 인사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박 대통령이 김 장관 해임안을 거부한 것은 여소야대 국회에서 밀리면 임기 말 국정을 끌고 가기 어렵다는 현실을 고려한 것으로 분석된다. 특히 26일부터 시작되는 국정감사는 임기 말 국정운영의 '분수령'이 될 수 있다. 우병우 청와대 민정수석 문제 등 야권이 벼르고 있는 쟁점 현안을 제대로 방어하지 못할 경우 '식물 대통령'으로 전락할 수 있다는 위기감도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야권은 김 장관 해임안을 박 대통령의 측근 챙기기 또는 독선적인 국정운영으로 연결짓고 추진했다. 이를 통해 박 대통령에게 국정감사를 앞둔 거대야당의 힘을 증명해 보이는 측면이 강했다. 김 장관 해임안이 이번 정기국회를 차기 대선의 전초전으로 설정하고 정치권이 강 대 강으로 기싸움을 벌이는 과정에서 핵심 충돌지점이었다는 해석이다.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 24일 청와대에서 열린 장·차관 워크숍에서 참석자들과 함께 국기에 대한 경례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박 대통령은 김 장관 해임안이 통과된 당일인 24일 청와대에서 열린 '2016년 장·차관 워크숍'에서 해임안을 수용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단호하게 밝혔다. 청와대 관계자는 "해임건의안은 부당한 정치공세이기 때문에 김 장관이 자진해서 사퇴하거나 대통령께서 해임 건의안을 수용하는 일은 절대 없을 것"이라며 "흔들림 없이 국정을 운영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야당은 박 대통령을 향해 '독재정권'까지 거론하며 해임안 수용을 압박하며 거세게 반발했다.

더불어민주당 우상호 원내대표는 25일 기자간담회에서 "국회에서 통과된 (장관) 해임건의안은 이번이 6번째인데 받아들여지지 않은 적이 없다"며 "독재정권 시절인 박정희 정권 때도 받아들였다"고 강조했다.

■해임안 처리 절차 놓고 신경전

거대야당과 청와대·여당 간 대치 속에서 박 대통령과 정세균 국회의장이 국회의 해임처리 과정을 놓고 불편한 기류가 형성되고 있다. 박 대통령은 장·차관 워크숍에서 "나라가 위기에 놓여있는 비상시국에 굳이 해임건의의 '형식적 요건'도 갖추지 않은 농림부 장관의 해임건의안을 통과시킨 것은 유감스럽다"고 밝혔다.

박 대통령이 형식요건을 거론하자마자 새누리당은 23일에서 24일로 넘어가는 본회의 차수변경과정에서 원내대표와 협의를 거쳐야 한다는 국회법을 어겼다고 들고 나왔다. 그러면서 정 의장이 사퇴하지 않으면 국정감사를 포함해 모든 의사일정을 거부하겠다고 밝혔다.

반면 정 의장은 모든 절차가 적법하게 처리됐다고 일축했다. 정 의장은 국회사무처를 통해 "해임건의안은 처리시한이 법으로 정해져 있어 국회가 법적 절차를 준수하기 위해 24일 본회의 개의가 필요한 상황이었다"고 반박했다.

손균근 기자 kkshon@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