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이 해외 방문만 떠나면 국내에서 큰 사건이 터지는 이른바 '순방 징크스'가 이번에도 재연됐다.

	박근혜 대통령이 17일 몽골 울란바토르 정부청사에서 열린 차히야 엘벡도르지 몽골 대통령과의 공동 기자회견에서 발언하기 전 자료를 보고 있다. 연합뉴스

박 대통령이 지난 14일 제11차 아시아·유럽 정상회의(ASEM) 참석차 몽골로 출국한 바로 다음 날 황교안 국무총리가 고고도 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 배치 주민 설명회를 위해 성주를 찾았다가 6시간 30분 동안 발이 묶인 초유의 사태(본지 지난 16일 자 1·4면 보도)가 벌어졌다. 대통령 부재 시 국정 컨트롤타워 역할을 해야 할 황 총리와 국방을 책임지는 한민구 국방부 장관이 억류되는 상황이 발생한 것이다.

박 대통령의 순방 징크스는 첫 순방부터 시작했다. 2013년 5월 미국 방문 당시 윤창중 청와대 대변인이 인턴 직원을 상대로 성추행 추문을 일으켜 전격 경질됐다. 같은 해 6월 중국 방문 직전에는 남재준 전 국가정보원장의 남북정상회담 회의록 공개가 논란이 됐다. 9월 러시아·베트남 순방 때는 채동욱 전 검찰총장의 혼외 아들 논란과 통합진보당 이석기 전 의원 내란음모 사건이 터졌다.

2014년 5월에는 중동 순방 직전 세월호 참사가 발생했고, 6월 중앙아시아 순방 때도 문창극 전 총리 후보자의 친일 논란 파문이 일었다. 같은 해 10월 이탈리아 순방 때는 당시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의 '개헌 발언'과 판교 환풍구 추락사고가 터졌다. 지난해 3월 중동 순방 기간에는 마크 리퍼트 주한 미국대사 피습 사건이 났고, 4월 중남미 순방 때는 '성완종 리스트' 의혹을 받던 이완구 당시 총리가 사의를 표명했다. 지난해 11월 말레이시아 순방 중에는 김영삼 전 대통령이 서거했다.

박 대통령은 올해 5월 말 출국한 아프리카 3개국·프랑스 순방 기간에 국회법 개정안 거부권을 행사하면서 큰 파장을 불러일으켰다. 이번 몽골 순방 기간에는 성주 사태 외에도 프랑스 니스 트럭 테러와 터키의 군부 쿠데타 시도까지 겹치며 집권 후반기까지 '순방 징크스'에 발목이 잡히는 모양새다. 박 대통령은 18일 오후 귀국한다.

김태경 기자 tgkim@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