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깨어있는 시민의 양심 살아나"
- "여소야대 의미 깊이 생각해야"
- 일부 시민, 安에게 "돌아가라"

노무현 전 대통령의 7주기 추도식이 23일 오후 경남 김해시 봉하마을에서 엄수됐다. 이날 추도식은 20대 총선 결과 여소야대로 바뀐 정치 환경에서 치러진 때문인지 지난해와 달리 비교적 차분한 분위기 속에서 진행됐다.

	23일 경남 김해 봉하마을 생태문화공원에서 열린 고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7주기 추도식에서 권양숙 여사가 묘역에 헌화하고 있다. 서정빈 기자 photobin@kookje.co.kr

추도식은 정진석 새누리당 원내대표, 김종인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문재인 전 대표, 안철수 국민의당 공동대표 등 정계 인사와 시민 등 1만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열렸다.

이해찬 노무현재단 이사장은 인사말에서 "이번 총선은 평소 노무현 전 대통령이 강조해 온 '깨어 있는 시민과 행동하는 양심'이 무엇인지를 보여줬다. 김대중 전 대통령이 열어젖힌 금강산 관광을 이명박 전 대통령이 중단시켰고, 노무현 전 대통령이 건립한 개성공단은 박근혜 정부가 폐쇄했다. 깨어 있는 시민들의 양심으로 다시 역사를 돌이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원기 전 국회의장은 추도사에서 "이번 총선 결과는 가히 혁명적이었다. 국민은 집권당을 소수정당의 위치로 끌어내리고 여소야대를 만들어 줬다. 야권에 힘을 모아준 국민이 원하는 바가 무엇인지, 깊이 생각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노무현이 피운 꽃은 김대중이 뿌린 씨앗에서 비롯됐다. 노무현이 이루고자 했던 사람 사는 세상은 김대중이 꿈꾸는 나라를 완성하는 것과 다르지 않다"고 지적했다.

지난해 열린 6주기 추도식에서 김무성 당시 새누리당 대표에게 "전직 대통령을 죽음으로 몰아넣고도 반성도 안 했다"고 비난했던 노 전 대통령의 장남 건호 씨는 이날 특별한 정치적인 언급을 하지 않았다. 건호 씨는 유족 대표 인사말에서 "이번 추모 행사가 시민과 자원봉사자 여러분의 노고로 잘 치러지게 된 데 감사드린다. 기념관과 묘역 단장, 사저 시범개방도 노무현재단과 김해시, 지역 주민 등의 노력으로 잘 진행됐다. 모두에 감사의 인사를 드린다"고 전했다. 이어 참석자들은 노 전 대통령 묘역으로 자리를 옮겨 헌화와 분향을 했다.

한편 이날 안철수 대표는 추도식장에 들어서는 과정에서 주위로부터 험한 말을 듣는 등 한때 곤욕을 치렀다. 일부 시민은 안 대표의 앞을 가로막은 채 "못 들어간다. 네가 무슨 자격으로 왔느냐", "돌아가라"고 외쳤으며, 또 다른 시민들은 안 대표에게 달려들다가 경찰과 당직자들의 제지를 받았다. 안 대표 지지자들은 "안철수가 당연히 올 수 있는 게 아니냐. 안철수 파이팅!"이라고 응원했다.

박동필 기자 feel@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