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철도·항만 등 MOU 66건 체결
- 침체일로 중후장대 산업 숨통

박근혜 대통령이 중동의 2위 경제 대국인 이란에서 최대 52조 원 규모의 인프라 건설과 에너지 재건 사업을 수주하는 '잭팟'을 터뜨렸다. 특히 국내에서 침체일로를 걷는 '중후장대' 산업이 숨통을 틔울 것으로 기대된다.

청와대는 박 대통령이 2일(현지시간) 오전 사드아바드 좀후리궁에서 하산 로하니 이란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하고 경제 분야 59건을 포함해 모두 66건의 양해각서(MOU)를 체결하는 등 역대 최대의 경제외교 성과를 거뒀다고 밝혔다.

인프라 건설과 에너지 재건 등 30개 프로젝트에서 확보한 수주 가능 금액은 371억 달러로, 일부 사업의 2단계 공사까지 고려하면 최대 456억 달러까지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분야별로는 ▷철도·도로·수자원관리 등 인프라 건설 참여 121억2000만 달러 ▷석유·가스·전력 등 에너지 재건 316억 달러 ▷보건·의료 18억5000만 달러 등이다.

인프라 사업은 이스파한-아와즈 철도사업(53억 달러), 테헤란과 카스피 해를 연결하는 테헤란 쇼말 고속도로 사업(최대 15억 달러) 등이 대표적이다.

양국은 해운협정을 20년 만에 맺고 양국 교역을 추진하기로 했다. 또 항만개발협력 MOU를 맺어 우리 기업의 이란 항만시장 진출도 속도가 붙을 전망이다. 이란 제재로 동결됐던 현대미포조선 수주도 다시 논의된다. 현대미포조선은 2007, 2008년에 이란 국영선사인 이리슬(IRISL)과 정유운반선 10척, 벌크운반선 6척 등 12억 달러 규모의 선박사업 수주 계약을 맺었으나, 이란 제재가 시작되면서 계약이 중단됐다.

17억 달러 규모의 한국형 대형병원 6곳이 이란에 들어서고 1억5000만 달러 규모의 의료생산단지 구축사업이 추진된다. 이란에 한류 문화복합공간인 'K-타워'가 설립돼 한류 문화 확산과 기업비즈니스 활성화를 위한 거점 공간으로 활용된다. ICT(정보통신기술) 분야에서도 KT가 초고속 인터넷망 구축 등을 위한 MOU를 맺었고, SKT는 사물인터넷(IoT) 분야에 진출한다.

안종범 경제수석은 "이번 성과를 계기로 제2 중동 붐의 한 축이라고 할 수 있는 이란 시장을 선점할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라며 "교역 촉진으로 경제 제재 이전의 교역 수준을 회복할 수 있는 교두보가 마련됐다"고 밝혔다. 양국 교역 규모는 2011년 174억 달러에서 2015년 61억 달러로 줄었다. 김태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