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金 대표, UN기념공원 참배
- 경제자유구역 확대 지원 시사
- 양측 "날짜 겹쳤을 뿐" 해석 경계

더불어민주당 차기 당권을 놓고 갈등을 빚고 있는 문재인 전 대표와 김종인 비상대책위원회 대표가 29일 동시에 부산을 방문해 지역 당선인들을 만났다. 양측은 모두 "공교롭게도 날짜가 겹쳤을 뿐"이라고 의미 부여를 경계했지만, 최근의 당내 복잡한 상황과 맞물려 미묘한 분위기를 연출했다.

29일 오후 부산을 방문한 더불어민주당 김종인(앞줄 왼쪽) 대표가 남구 대연동 UN기념공원을 찾아 더민주 부산 당선인 5명과 함께 참배하고 있다. 서순용 선임기자 seosy@kookje.co.kr

김 대표는 이날 오후 김영춘(부산진갑) 박재호(남을) 최인호(사하갑) 전재수(북·강서갑) 김해영(연제) 등 부산 당선인 5명을 비롯한 20대 총선 출마자, 이종걸 원내대표와 함께 UN기념공원을 찾았다. 애초 예정보다 1시간가량 늦게 도착한 김 대표는 전몰장병 묘역을 참배하고 방명록에 '세계 평화와 번영을 위하여 노력하겠읍(습)니다'라고 쓴 후 급하게 다음 행선지로 옮겼다.

보통 야당 인사들이 부산을 찾을 때 민주공원을 참배하는 것과 달리 김 대표가 UN기념공원을 참배한 것을 둘러싸고 "더민주의 운동권, 투쟁 중심 색채를 지우려는 의도가 아니냐"는 등의 해석이 나왔다. 그러나 김 대표는 이에 대해 "전몰장병의 희생 덕에 지금 대한민국의 발전이 있었다. 그래서 왔다"고 짧게 말했다.

참배가 끝난 뒤 김 대표는 중구 중앙동 수미르공원(옛 부산연안여객터미널) 계류장으로 이동해 부산항만공사의 '새누리호'를 타고 북항 재개발 현장을 둘러 봤다. 이곳에서 김 대표는 부산 당선인들이 공약으로 내건 경제자유구역 확대에 관해 지원 의사를 밝혔다. 부산 당선인들은 현재 부산진해경제자유구역청을 부산청과 경남청으로 분리하고, 대상 지역을 북항 주변 해안으로 확대하겠다고 공약했다. 김 대표는 이번 총선에서 부산의 선전에 고무돼 직접 당선인들의 공약을 챙긴 것으로 보인다.

배에서 내린 김 대표는 인근 식당에서 부산지역 총선 출마자들과 만찬을 하며 선거에서의 수고를 격려했다.

앞서 김 대표는 이번 총선에서 야권 돌풍을 일으킨 대구와 경남 김해를 찾았다. 김 대표는 김해갑 민홍철 당선인 사무실에서 "여권 강세 지역에서 낙동강 벨트를 중심으로 더민주가 세를 확장하는 계기를 마련했다"고 총선 결과를 평가했다. 또 "이 기세를 몰아 정권교체를 이뤄야만 더민주가 앞으로 우리나라 정치 지형을 바꿀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날 낮 부산 당선인들과 오찬 간담회를 하기 위해 식당으로 들어가는 문재인 전 대표. 연합뉴스

같은 날 문 전 대표는 부산진구 서면의 한 식당에서 부산 당선인들을 김 대표보다 먼저 만났다. 문 전 대표는 당선인들과 오찬을 하며 "부산시민의 기대에 부응하기 위해 더 열심히 노력하자"고 주문한 것으로 알려졌다. 전당대회 등 당내 현안에 관한 대화는 없었다고 참석자들은 전했다.

문 전 대표는 지난주 당선인들과의 오찬 약속을 잡았지만, 김 대표의 부산 방문과 날짜가 겹치자 이날 일정을 철저히 비공개로 진행했다. 취재진의 접근도 차단했다. 이에 대해 문 전 대표 측은 "오랜만에 당선인들 얼굴 한 번 보려고 만든 자리인데, 김 대표와의 관계 때문에 괜한 오해를 부를 수 있어 외부에 일절 알리지 않았다"고 했다.

부산 야권의 한 관계자는 "문 전 대표가 오찬을 비공개로 한 것이나, 김 대표가 민주공원이 아닌 UN기념공원을 참배한 것 모두 본인들이 의도하지는 않았어도 뒷말이 나올 수밖에 없는 애매한 장면"이라고 말했다.

권혁범 기자 pearl@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