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동안 관전자로 있던 野
- 정책개발 협력자로 급부상
- 市·여권 일방통행 견제로
- 대민 서비스의 질 높여

- 신진세력 대거 원내 입성
- 민심 경고에 '물갈이' 가속

20대 총선 결과로 여야 역학구도가 바뀐 부산 정치권은 거대한 지형 변화를 겪을 전망이다. 가장 근본적인 변화는 부산 정치권에 여야 간 경쟁구도가 복원된다는 점이다.

4·13총선에서 참패한 새누리당 부산 후보들이 14일 시의회에서 "시민의 뜻을 받들겠다"는 의미로 머리를 숙이고 있다. 백한기 선임기자

■與野, 대등한 파트너로

이번 총선에서 부산 야권은 지역 국회의원 18명 가운데 5명이 승리해 명실상부한 대안세력으로 인정을 받았다. 이 때문에 부산시와 여권은 야권을 정책 파트너로 받아들이는 것은 물론 지역구 활동과 공약 실천, 정책 개발에서 야당과 일상적인 경쟁체제에 놓이게 됐다. 더는 '여당 공천=당선'이라는 공식이 성립하지 않는 만큼 더욱 시민들의 인정을 얻기 위해 야당과 경쟁·협력해야 할 상황이다. 이렇게 되면 부산시민들에 대한 서비스의 질은 높아질 수밖에 없다. 당장 새누리당 부산 선대위원장을 맡았던 김정훈 정책위의장은 14일 "조만간 야당 당선인들과 만나 지역 현안을 논의하는 자리를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부산시가 야당과 당정협의를 할 것인가 말 것인가 논쟁하는 자체가 이제는 '옛말'이 됐다. 부산시는 야당과 협의 없이 시정을 밀어붙일 수 없고, 예산철에 부산 야당 의원들의 협조도 필수적인 상황이 됐기 때문이다.

부산 야권 관계자는 "여야 경쟁체제 아래 시민들이 어떻게 대우받는지를 부산시민들이 지금껏 까먹고 있었는데 이제 제대로 맛볼 때가 됐다"고 말했다.

더불어민주당 부산지역 당선인 5명을 비롯한 선거대책위원회 관계자들이 14일 중앙공원 충혼탑을 참배하고 있다. 서순용 선임기자

■野 세대교체

야권도 중앙 무대와 부산 정치권에서 역할을 재정립해야 할 과제를 안게 됐다. 그동안 부산 야권은 지역 정치권의 주축이 되지 못하고 부산시와 여권의 정책 결정에 구색 맞추기로 참여하거나 이미 결정 난 사항에 비판만 가하는 '관전자' 입장에 가까웠다.

19대 때만 해도 부산 야권은 2명의 국회의원이 있었지만, 문재인이라는 대선 주자·당 대표급 인사와 영남에서 유일한 3선 의원이라는 타이틀을 가진 조경태 의원 두 사람의 큰 '존재감'에 묻혀 부산 시당은 다소 따로 노는 형국이었다. 특히 친노(친노무현)계 수장인 문 전 대표와 비노(비노무현)·반문(반문재인)계 인사인 조경태 의원의 '불화'로 부산 야권은 모래알처럼 흩어질 때가 많았다.

그러나 20대부터는 조 의원의 새누리당으로 이탈과 신진 세력의 대거 원내 입성으로 부산 야권의 세대교체도 빨라질 전망이다. 일단 그 중심은 3선에 성공한 김영춘 부산시당 위원장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이들 중 박재호(남구을) 최인호(사하갑) 전재수(북·강서갑) 당선인은 친노, 김영춘(부산진갑) 김해영(연제) 당선인은 '비노'로 분류되지만, '친문'에다 '범주류' 세력이 된 상황이어서 특별한 갈등구도가 형성되기보다는 공동의 목표를 두고 화합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부산시당이 실험적으로 운영해온 싱크탱크인 오륙도연구소의 기능과 위상도 커질 전망이다. 중앙당의 지원도 이끌어낼 여지가 생겼고, 정책 기능도 한층 강화될 전망이다. 기존 '구의원협의회' 중심으로 운영되던 부산시당도 이제는 현역 국회의원 중심으로 재편될 전망이다.

■與野 자체 물갈이 가속화

여야 경쟁체제가 되면서 대선과 지방선거를 앞두고 여야 내부의 물갈이 노력도 치열하게 전개될 것으로 보인다.

야권의 한 관계자는 "이번 부산 선거는 여당 내부에서 자체 물갈이를 하지 않자 시민들이 강제적 물갈이에 나선 것 아니겠느냐"며 "이제 여도 야도 현실에 안주해서는 살아남지 못한다는 교훈을 얻었기 때문에 끊임없는 혁신을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부산 야권에서도 득표율 30% 이하의 경쟁력이 떨어지는 원외 위원장들은 자연스럽게 교체 수순을 밟게 될 것으로 보인다. 특히 국민의당과 정의당 등 제3당의 출현으로 긴장감이 커지면서 만년 2등 자리도 위협받는 상황이다.

실제로 이번 총선 과정에서 국민의당 후보들은 "부산 야당후보들은 그동안 '떨어져도 2등'이라는 기득권에 안주해왔다"며 야당의 선수교체를 주장했다. 이 때문에 지역별로 야당 고정표인 35%가량을 넘어서 당선권에 근접하기 위한 원외위원장들 간 생존 경쟁도 치열해질 전망이다.

정유선 기자 freesun@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