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부탁드립니다-　4·13총선 공식 선거운동 기간 이틀째인 1일 오후 부산 동래구에 출마한 새누리당 이진복(왼쪽부터), 더불어민주당 김우룡, 국민의당 정상원, 무소속 박승환 후보가 퇴근길 득표 활동을 벌이고 있다. 백한기 서순용 김성효 전민철 기자

4·13총선이 신공항 건설을 볼모로 삼는 여야 탓에 극도로 혼탁해지고 있다. 부산 여당이 선거철마다 반복해온 가덕신공항 건설 공약을 다시 꺼내자, 야당은 "야당이 부산 의석 3분의 1을 가져야 신공항이 가덕도에 온다"고 시민에게 들이밀었다.

이 때문에 오는 6월 입지 발표를 앞둔 신공항이 정치 논리에 휘말려 내년 대선 때까지 또 표류할 우려마저 제기된다. 애초 첨예한 갈등을 빚던 부산·울산·경남·대구·경북 광역단체장이 "외국 전문기관의 객관적이고 투명한 용역을 통해 입지를 선정한다"는 데 어렵게 합의했지만, 이 합의를 정치권이 뒤흔들고 있는 셈이다.

새누리당 부산 선거대책위원회는 지난달 29일 "가덕신공항 건설로 부산을 도약시키겠다"고 공약했다. 그러나 새누리당은 당내 교통정리도 못해 혼란만 자초했다. 같은 날 친박(친박근혜)계 핵심인 조원진(대구 달서병) 후보는 새누리당 대구시당 선대위 발대식에서 신공항을 거론하며 "박근혜 대통령이 대구에 선물 보따리를 준비하고 있다"고 했다. 이는 대구·경북의 요구대로 신공항이 경남 밀양에 들어선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다. 그 이후 새누리당 부산 후보들은 신공항 관련 언급을 삼가며 몸을 사리는 분위기다.

이번엔 야당이 불을 지폈다. 더불어민주당 부산 명예선대위원장인 문재인 전 대표는 지난달 31일 선대위 출범식에서 "부산시민께서 더민주 국회의원 5명만 뽑아주시면 박근혜 정부 임기 중에 신공항 착공을 반드시 이뤄내겠다"고 공언했다. 김영춘 시당위원장 역시 "야당에 3분의 1만 달라. 그러면 다음 대통령선거를 위해서라도 이 정부가 가덕신공항을 결정할 것"이라고 했다.

정치권의 이런 '말장난'과 달리 신공항 입지 선정을 위한 용역은 이미 파리공항공단엔지니어링(ADPi) 컨소시엄에 의해 지난해 6월부터 1년 과정으로 진행 중이다. 어차피 오는 6월이면 신공항 입지가 결정된다는 얘기다. 정치권이 재차 용역에 압력을 행사하는 꼴이다. 정치권의 이 같은 움직임은 용역이 어떤 결과를 내놓더라도 '정치적 입김' 논란을 불가피하게 만들어 버렸다.

지역 시민단체도 오는 5일 여야 후보를 모두 불러 '가덕신공항 공약 채택 서명식'을 열기로 하는 등 혼란스러워하는 모습을 보인다.

이처럼 '시민을 우롱한다'는 비난이 높은데도, 여야는 서로 책임을 떠넘기며 상황 수습에 손을 놓고 있다. 새누리당은 "문 전 대표까지 나서 더민주가 갑자기 가덕신공항 얘기를 꺼내는 건 부산과 대구·경북 간 싸움을 붙여 여당을 이간질하려는 의도"라고 날을 세웠다. 더민주는 "박 대통령과 여당이 선거 때마다 계속해 거짓말만 하고 지키지 않은 공약을 우리가 제대로 해내겠다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권혁범 기자 pearl@kookje.co.kr

동남권 신공항 추진일지 2003년 1월 부산상의, 노무현 대통령 당선자에게 신공항 건설 건의 2006년 12월 노무현 대통령, 신공항 검토 지시 2007년 7월 이명박 당시 한나라당 대선 후보 '영남권 신공항' 공약 2011년 3월30일 이명박 정부, '동남권 신공항' 백지화 2011년 3월31일 박근혜 당시 한나라당 대표, 신공항 추진 약속 2012년 대선 박근혜 문재인 후보, '동남권 신공항' 추진 공약 2013년 6월 영남권 5개 시장·도지사, 영남권 항공수요 조사 합의 2013년 8월 국토부, '영남권 항공수요' 용역 착수 2015년 1월 영남권 5개 시장·도지사, 신공항 사업 외국기관에 일임 합의 2015년 6월 신공항 사전타당성 용역 착수 2016년 6월 입지 규모·기능 발표 예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