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과 정의화 국회의장 등이 1일 서울 세종문화회관에서 열린 제97주년 3·1절 기념식에서 만세 삼창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 북핵 생존도구 불용 확고한 의지
- 대일보다 대북 메시지에 비중 둬
- 한일 관계엔 '새 장 열자' 원론만

- "국회 마비에 국민이 직접 나서야"
- 연설의 절반은 무능 정치권 비판
- 개혁·테러방지법 지속 추진 역설

박근혜 대통령의 97주년 3·1절 기념사는 북한에 대해 핵을 포기할 때까지 대북 압박과 제재를 가하겠다는 강력한 의지를 담았다. 일본에 대해서는 위안부 합의 이행을, 개혁법안 처리에 미온적인 정치권에 대해서는 국민이 나서 줄 것을 각각 촉구했다.

■대북 압박·제재 드라이브

박 대통령은 3·1절 기념사를 통해 북한 정권이 핵을 생존의 도구로 활용하는 것을 절대 용인하지 않겠다는 뜻을 분명하고 강력하게 천명했다. 북한의 4차 핵실험과 장거리 미사일 발사 등의 도발을 '기존의 대응 방식'으로는 꺾을 수 없는 만큼 국제사회의 강력한 제재만이 유일한 대책이라는 설명이다.

박 대통령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대북 제재 결의에 대해 "가장 강력하고 실효적"이라고 평가하면서 북한이 핵을 포기하지 않는 한 우리와 국제사회의 압박이 계속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박 대통령은 국제공조를 강조하면서 "한반도를 둘러싼 주변국들도 한반도와 세계평화를 위한 길에 적극 동참할 것이라 믿는다"고 말했다. 주변국의 적극적인 대북 제재 동참을 언급한 것은 중국에 우회적으로 협조 요청을 한 것으로 분석된다.

박 대통령은 핵 문제에 대한 북한의 선택을 강조하면서 "대화의 문을 닫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는 북한의 태도 변화를 전제로 한 우리 정부의 원론적인 입장표명이라는 분석이다. 또 중국이 평화체제 논의를 거론하고 있는 상황을 고려했다는 시각도 있다.

박 대통령이 북핵 해결의 근본적 방안으로 평화통일을 거론한 것은 북한에 대해 핵을 갖고 멸망할 것인지, 핵을 포기하고 생존의 길로 나올 것인지 선택을 요구한 것으로 보인다.

■위안부 합의 이행 강조

박 대통령은 기념사에서 일본에 대해서는 간단하게 언급했다. 한일 일본군 위안부 합의 이행과 역사 직시를 전제로 한일 관계를 발전시킬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원칙적 입장을 재확인했다.

박 대통령이 올해 기념사에서 일본 문제를 간략히 언급한 것은 현재 한일 관계가 일본군 위안부 합의에 따른 과도기에 있다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분석된다.

한일 간 일본군 위안부 합의를 이행해야 하는 과제가 남아 있는 상황에서 성실한 합의 이행을 통해 신뢰관계를 구축하는 것이 급선무라는 것이 정부 내 대체적인 인식이다.

■정치문제 연설의 절반 할애

박 대통령은 이날 기념사에서 절반가량을 국내 정치 문제에 할애해 노동개혁법안 및 테러방지법안 처리를 지연시키는 국회를 강력히 성토했다.

박 대통령이 지난해까지 3·1절 기념사에서 주로 한일과 남북관계에 초점을 맞춰 대외적 메시지를 발신해 왔던 점에 비춰 국내 정치 문제를 언급한 것은 이례적인 일이다.

박 대통령은 정의화 국회의장과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 김종인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 대표 등 여야 정치 지도자가 참석한 기념식 자리에서 "국회가 거의 마비되어 있다"고 면전에 비판했다. 그러면서 '국회의 직무유기'를 거론하면서 국민이 이런 정치권을 변화시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국민이 정치권을 심판해달라는 뜻인 셈이다.

박 대통령은 "우리가 또다시 나라 잃은 서러움과 약소국의 고난을 후손들에게 물려주지 않으려면 퇴보가 아닌 발전을 위해, 분열이 아닌 통합을 위해 이제 국민께서 직접 나서주시기 바란다"고 호소했다.

박 대통령은 국회의 '마비상황'에도 노동개혁법안 및 테러방지법안 처리를 비롯한 개혁의 지속적인 추진 의지를 역설했다.

박 대통령은 기념사에서 국민(21회), 북한(19회), 핵(15회), 경제(13회), 평화(12회), 개혁(10회) 등을 자주 언급했다.

손균근 기자 kkshon@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