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부산선관위, 지역 교수 고발
- 검찰, 후보 공모 여부 조사

4·13총선에 출마하는 특정 예비후보에게 도움을 주려고 시행하지도 않은 여론조사를 한 것처럼 꾸며 공표한 대학 교수가 선거관리위원회에 적발됐다. 4·13총선을 앞두고 여야 후보진영에서 진행하는 여론조사가 난무하고 있지만, 이번처럼 하지도 않은 여론조사 내용을 가공해 발표한 사례는 유례를 찾아보기 어려워 충격을 주고 있다.

부산시선거관리위원회는 14일 '가짜 여론조사' 보고서를 만들어 배포한 혐의(공직선거법 위반)로 부산 모 대학 교수 A 씨를 부산지검 동부지청에 고발했다. A 씨는 사단법인으로 등록한 리서치기관을 운영하면서 지난달 중순 부산 한 선거구에 출마하는 B 예비후보에게 유리하도록 여론조사 보고서를 허위로 만들어 언론사에 배포한 혐의를 받고 있다. C 언론사는 A 씨에게서 받은 조사 결과를 근거로 기사를 작성해 인터넷 등에 공개했다. 이날 현재 이 기사는 삭제된 상태다. 결국 A 씨는 여론 조작에 가담했을 뿐 아니라 학자의 양심마저 저버렸다는 비난을 받게 됐다.

이 '가짜 여론조사'는 부산시민 800여 명에게 '부산 발전을 위해 필요한 국회의원'을 물었더니 B 예비후보라고 응답한 사람이 191명(23.9%)으로 가장 많았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부산에서 해결돼야 할 현안이나 정당 선호도 등에 관한 질문·응답도 포함돼 있다. 그러나 시선관위 조사 결과 이런 내용은 모두 A 씨가 꾸며낸 것으로 드러났다.

시선관위는 사전에 문제의 여론조사에 관한 보고를 받지 못했는데, 언론에 보도된 점을 수상하게 여겨 조사에 착수했다. 총선 관련 여론조사를 하려면 시행 전 선관위에 신고해야 하고, 결과를 공표하려면 미리 선거여론조사 공정심의위원회에 내용을 등록해야 한다. A 씨가 이 절차를 무시했고 가짜 여론조사 결과를 공표했다고 선관위는 밝혔다. 공직선거법은 선거 여론조사 결과를 왜곡해 공표하거나 보도하면 5년 이하의 징역이나 300만 원 이상 2000만 원 이하의 벌금형을 부과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시선관위로의 제보를 받은 검찰은 지난 12일 오후 A 씨의 연구실을 전격적으로 압수 수색했다. 검찰은 압수물을 토대로 A 씨와 B 예비후보 측의 공모 여부 등을 조사할 방침이다. 이에 대해 B 예비후보는 "공모는 사실무근"이라며 선을 그었다. B 예비후보는 "A 교수가 리서치기관을 운영하는지도 몰랐고, 그런 여론조사가 있었는지도 알지 못했다"며 "전혀 관계없는 일"이라고 해명했다. 시선관위 탁덕균 지도과장은 "불법 여론조사는 5대 중대 선거범죄"라며 "단속을 더욱 강화할 것"이라고 밝혔다.

김화영 기자 hongdam@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