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줄서기 혈안, 공약 있을리 만무"

선거구 없는 4·13총선이 60일 앞으로 다가왔다. 선거구와 함께 정책은 실종됐고, 여당의 밥그릇 싸움과 야권 분열 탓에 여야 대결구도는 윤곽조차 드러나지 않았다. 이 때문에 정치권이 유권자의 정책·인물 선택권을 빼앗아 '깃발' 색깔만 보고 표를 찍는 선거를 조장한다는 비판이 나온다.

12일 현재 해운대기장갑 해운대기장을 중·동 서 영도 등 부산지역 5개 선거구는 여전히 '경기장'이 정해지지 않았다. 이들 선거구에선 무려 31명의 예비후보가 자기 운명을 모른 채 도박과도 같은 선거운동을 이어가고 있다. 예비후보들은 "죽을 맛"이라고 입을 모은다.

출전 선수들의 명단도 오리무중이다. 새누리당은 김무성 대표가 "정치 생명을 걸겠다"며 추진했던 상향식 공천이 흔들리면서 텃밭인 부산 울산 경남에 대거 전략공천 기류가 흐른다. 이는 친박, 비박 간 계파 갈등으로 확산돼 본선 후보 등록 직전에 선거구별 후보가 뒤바뀌는 상황이 재연될 우려가 있다. "이미 판이 짜인 상황에서 멋모르는 신인들만 들러리를 서고 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야권 상황 역시 안갯속이다. 고전이 예상되는 더불어민주당은 부산에 참신한 인물 영입을 시도하지만 성과가 없다. 지역위원장의 탈당으로 일부 선거구에는 예비후보도 없다. "새 정치 바람을 일으키겠다"고 자신했던 국민의당은 부산에 예비후보를 못 냈고, 선거기구도 구성하지 못했다. '3당'에서 '4당'으로 밀린 정의당은 야권연대만 강조할 뿐 존재감을 드러내는 데 한계를 보인다.

이런 상황 속에 지역의 정책 개발이 이뤄질 리 없다. 2012년 19대 총선과 2014년 지방선거 때는 적어도 낙동강 하굿둑 개방, 동남권 신공항 등을 놓고 여야가 정책 경쟁을 벌였다. 하지만 이번 총선에선 여야 모두 지역 발전을 위한 공약을 내놓지 않고 있다. 몇몇 후보가 개별 공약을 발표하기는 했지만, 부산 전체를 아우를 대형 이슈가 사라졌다.

부산의 한 원로 정치인은 "이런 선거는 처음이다. 현역은 물론 예비후보 모두 선거구가 어떻게 쪼개질지, 본인이 공천을 받을 수 있을지에만 신경 쓰니 눈에 띄는 정책이 나오겠느냐"며 "지역 총선판의 '재미'도 급감할 수밖에 없다"고 꼬집었다.

총선 D-60일인 13일부터는 자치단체장의 정치행사 및 선거대책기구 방문, 정당·후보자 명의의 선거 여론조사가 금지된다. 권혁범 기자 pearl@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