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에 아직 260억 원어치 옷 있는데…12일 의류 임가공업체인 ㈜화인레나운 서울 본사 앞 트럭에 개성공단에서 가져온 옷들이 걸려 있다. 이 업체는 개성공단 입주기업으로, 지난 11일 북측에 의류 13만 장(260억 원어치)을 남겨둔 채 철수했다. 연합뉴스

- "세금면제 등으로 끝날 일 아냐"
- 피해조사위원회 구성 촉구
- 여야 "보상 특별법 검토할 것"

개성공단 폐쇄로 벼랑 끝에 몰린 입주기업 대표들이 12일 여야 정치권을 찾아 '개성공단 중단 관련 보상 및 피해조사위원회' 구성을 요구했다. 정치권은 피해보상을 위한 특별법 검토에 들어갔다.

■피해조사위 촉구에 "특별법 검토"

정기섭 개성공단기업협회장은 이날 오전 국회에서 더불어민주당 지도부와 비공개 간담회에서 이같이 요청했다. 정 회장은 "피해를 줄일 수 있었는데도 그것을 못하게 한 것은 정부"라며 "우리가 신청했던 대로 인원이 들어가서 여러 대의 화물차가 갈 수 있었으면 피해를 줄일 수 있었다"고 성토했다.

그러면서 "조그만 구멍가게를 영업정지시켜도 필요한 예고기간이 있고 청문 절차가 있다"면서 "남북교류협력법에도 승인과 취소 과정이 다 정해져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우리가 적이냐, 왜 휴일에 불러 군사작전하듯 그런 결정을 갑자기 하느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문창섭 고문은 "어제까지만 해도 기대했던 것은 만든 제품이나마 가지고 올 수 있을 것이라는 것이었다"며 "정부가 그것조차 허용하지 않아 피해 최소화가 아니라 막대한 최대 피해를 입었다"고 말했다. 문 고문은 또 "정부가 미분양된 국내 공단을 서비스하겠다는데 개성공단에서 임금 200불을 주고 운영해 온 기업이 국내에서 (임금) 3000불을 주면서 어떻게 생산활동을 할 수 있겠는가. 허망한 제안이다. 국내 기업들에도 분양이 되지 않는 그런 문제 있는 지역을 제공하겠다는 것이 말이 되는가"라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더불어민주당 이목희 정책위의장은 "조사위원회는 여당 측에 제안해 보겠지만 거부할 가능성이 크다. 야 3당만이라도 조속히 구성할 수 있도록 해보겠다"며 "피해보상과 관련해 특별법 제정을 검토하겠다"고 약속했다.

아울러 정부의 개성공단 폐쇄 조치는 남북 간 조약의 일방적 파기에 해당한다며 법적인 대응이 가능한지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도 이날 오후 개성공단기업협회 회장단과 간담회를 갖고 "기본 법령과 제도로 한계가 있을 경우엔 특별법을 제정해서라도 이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며 특별법 제정에 힘을 실었다.

앞서 간담회를 가진 국민의당 안철수 공동대표는 "개성공단 입주기업을 포함한 범정부 대책기구 설치를 제안한다"고 말했다.

■기업협회 "실질적 보상 이뤄져야"

이런 가운데 정 협회장은 이날 협회 비상총회에서 정부의 지원대책에 대해 "돈 빌려주고 세금 면제해 주는 것이 답이 아니다. 실질적인 피해 보상이 이뤄져야 한다"고 비판했다. 그는 "정부에 입주기업과 정부, 회계법인 등 '민관 합동 피해조사위원회' 구성을 제안하고 정부가 이를 받아들이지 않을 경우 협회 차원에서 실태조사를 실시 후 이를 근거로 금전적 보상을 요구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협회는 결의문을 통해 "남북 양 정부는 입주기업의 생존을 위해 원·부자재, 완·반제품 등의 반출을 할 수 있도록 기업대표단의 방북을 허용하길 바란다"면서 "순식간에 일터를 잃은 공단 종사자의 재취업 및 생계마련 대책을 신속히 마련해 달라"고 요구했다. 정유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