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거돈(사진) 전 해양수산부 장관이 4·13총선 불출마와 정계은퇴를 선택하면서 그의 파란만장한 정치 역정이 주목받고 있다.
오 전 장관은 이날 동명대 총장직을 수락했다. 한국해양대 총장에 이어 두 번째 대학 총장이다. 부산시장 권한대행과 해양수산부 장관까지 공직에서 누릴 건 다 누렸다. 그러나 그가 못해본 게 있다. 바로 직선 부산시장과 국회의원이다.
보수색이 짙은 부산에서 그는 노무현 대통령과 인연을 맺으며 정치에 발을 디뎠다. 2004년 4월 17대 총선 직후, 안상영 시장의 작고로 부산시장 권한대행을 맡고 있던 그는 청와대에서 당시 노무현 대통령을 독대한다.
부산시는 이듬해인 2005년 열릴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유치를 위해 제주도와 치열하게 경합하고 있었다. 그러나 당시 여당인 열린우리당이 총선에서 제주도 의석을 석권하면서 '제주도 개최' 쪽으로 분위기가 기울고 있었다.
다급해진 오 권한대행이 대통령에게 직접 도움을 청하고 나선 것이다. 오 전 장관은 단도직입적으로 "APEC 정상회의를 부산에서 개최할 수 있도록 도와주시고, 이에 따른 도시인프라 구축예산도 지원해주십시오"라고 요청했다. 당시 대통령의 첫 반응은 한마디로 싸늘했다고 한다.
당황한 오 권한대행은 갑자기 충격적인 제안을 한다. "6월 부산시장 보궐선거에 열린우리당 후보로 출마해 최선을 다해보겠습니다." 이 말을 듣는 순간 노 대통령이 "그게 정말이냐"며 금세 얼굴이 환해졌다고 한다. 물론 APEC 정상회의 부산 개최와 전폭적인 지원도 확약받았다.
2004년 6·5 부산시장 보궐선거를 앞두고 지역정가에서는 오 권한대행이 한나라당(새누리당) 후보로 출마할 거라고 전망했다.
두 달 뒤 오 권한대행은 공직에서 나와 열린우리당 후보로 보궐선거에 출마했고 후배 공무원이자 한나라당 후보로 나선 허남식 후보에게 패배했다. 이듬해인 2005년 노무현 정권은 선거 패배의 충격에 빠진 그에게 해양수산부 장관직을 맡긴다. 그리고 그는 2년 후인 2006년 지방선거에서 다시 한 번 부산시장 자리를 노렸지만 역시 허 전 시장에 막혀 고배를 들고 만다.
오 전 장관과 가까운 한 경제인은 "사실 오 전 장관만한 해양 전문가가 부산에는 없다"고 말할 정도다. 오 전 장관은 공직 시절 청와대 내무부 산림청 등에서도 두루 근무한 경험을 갖고 있기도 하다. 프로 성악가 수준의 노래 실력을 갖춘 그는 음악인들의 모임인 '멜로매니아'를 결성해 매년 한 차례 발표회를 갖는 등 문화 방면에도 누구보다 애착이 많다.
▶약력 ▷경남고·서울대 철학과 ▷행정고시 14회 합격 ▷부산시장 권한대행 ▷해양수산부 장관 ▷한국해양대학교 총장 ▷(현) (사)대한민국해양연맹 총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