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은 25일 일부 시·도교육청이 누리과정(만3∼5세 무상보육) 예산 배정을 거부하고 있는 것과 관련해 "당초 국민과 했던 약속, 그 원칙을 지키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 시·도교육청에 대해서는 금년도 예산에 편성돼 있는 3000억 원의 예비비를 우선 배정하는 방안을 적극 검토하기 바란다"고 말했다.

박 대통령은 이날 청와대에서 열린 수석비서관회의에서 "인기영합적이고 진실과 다른 왜곡된 주장에 대해서는 원칙을 지키는 정부의 단호한 모습을 보여주고, 원칙을 지키는 사람이 혜택을 보는 사회를 만들어야 한다"며 이같이 지시했다.

이는 누리과정 예산을 배정한 교육청에 먼저 예비비를 배정하겠다는 의미로, 미배정 시도교육청에 대해 재정적 압박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부산시교육청의 경우 올해 6개월분의 누리과정 예산을 배정해 집행하고 있는데, 나머지 6개월분의 예산배정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

박 대통령은 이날 회의에서 "지난해에 이어 누리과정이 정치적 이슈화되고 있는데 언제까지 아이들과 부모들을 볼모로 이런 상황이 계속돼야 하는지 안타깝다"면서 "누리과정 예산을 놓고 무조건 정부 탓을 하는 시도교육감들의 행동은 매우 무책임하다"고 비판했다.

박 대통령은 "누리과정은 지난 정부가 2011년 5월에 도입계획을 발표하고, 2012년 도입 당시부터 관련 법령과 여야 합의에 따라 지방교육재정교부금으로 지원해온 지방교육청의 법적 의무사항"이라고 설명했다.

박 대통령은 이어 올해 지방교육재정교부금이 작년보다 1조8000억 원이 증가하고 41조 원이 시도교육청에 지원됐다고 설명한 뒤 "그런데도 서울시와 경기교육청은 어린이집 누리과정예산을 단 1원도 편성하지 않았다"며 "(정부로부터) 받을 돈은 다 받고 정작 써야 할 돈은 쓰지 않고 있는 셈"이라고 강조했다.

박 대통령은 "누리과정 예산을 편성하지 않은 교육청들이 법적 근거도 없는 교육감들의 공약사업에 대해서는 1년 치 1조6000억 원 전액을 모두 쓰고 있다"고 지적했다.

손균근 기자 kkshon@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