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이 10일 청와대에서 열린 국무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연합뉴스

- 민생·경제법안 지연에 국정 차질
- 위기의식 느끼자 여야 작심 비판

- 친박 "전략공천 주장에 힘실렸다"
- 비박 "친박 TK 아닌 수도권 심판"

박근혜 대통령이 10일 노동개혁 법안과 경제활성화 법안을 붙들고 있는 국회를 향해 '국민 심판론'을 제기하면서 정치적 파문이 일고 있다.

박 대통령은 이날 청와대에서 국무회의를 주재하면서 국회에 계류 중인 노동개혁법안과 경제활성화 법안들의 시급성을 조목조목 설명한 뒤 작심한 듯 여야 정치권을 향해 "국민이 절대 용서하지 않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어 국민에게 "진실한 사람들만 선택해 달라"고 호소했다.

이는 박 대통령이 직접 내년 총선에서 국민과 민생을 외면하는 정치권을 심판해 달라고 요구한 것으로 해석되면서 여야 정치권이 술렁이고 있다.

박 대통령이 이날 정치권을 향해 법안 지연으로 인한 국정 차질에 대한 격정토로와 함께 작심한 듯 정치권에 대한 국민 심판론을 제기한 것은 19대 국회 마지막 정기국회마저 공전되고 있는 데 대해 일종의 위기의식을 느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박 대통령은 최근 19대 국회 마지막 정기국회에서 민생현안과 연관된 주요 법안들을 처리해 줄 것을 여러 차례 호소했다. 하지만 역사교과서 국정화 문제 등 정치현안을 둘러싼 정치권의 갈등과 대립으로 법안처리가 진전을 보이지 않자, 일종의 승부수를 띄웠다는 분석이다.

박 대통령은 지난 6월 이른바 '유승민 파동' 당시에도 '배신의 정치'에 대한 심판론으로 정국을 돌파한 적이 있다.

박 대통령의 이날 발언은 '정치권의 민생외면→민생·경제법안 처리 지연→국민 피해'라는 악순환의 고리를 끊기 위해서는 '내년 총선에서 국민의 심판'이 필요하다는 논리로 짜였다.

박 대통령의 국민 심판론이 민생·경제법안 처리를 위한 정치권에 대한 압박이라는 구조를 갖추고 있지만, 결과적으로 내년 총선에서 현 정치권에 대한 심판으로 연결된다는 점에서 결국 '정치권 물갈이론'과 닿아있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현 정부의 청와대 참모들과 장관들이 대거 총선 출마 채비에 나서면서 TK(대구경북) 물갈이론이 나오는 시점에 박 대통령이 국민 심판론을 들고나오면서 새누리당은 친박(친박근혜)계와 비박(비박근혜)계 간 공천 갈등이 재점화될 가능성이 커졌다.

친박계는 '전략공천은 없다'며 버티고 있는 비박계를 향해 박 대통령의 국민 심판론을 무기로 친박 인사에 대한 공천을 강하게 요구할 것으로 보인다. 새누리당의 한 의원은 "큰 틀에서 보면 정치권이 민생을 외면하면 국민의 심판을 받을 것이라는 의미지만, 국민을 위한 사람을 국회로 보내달라는 뜻으로 볼 수 있어 (당이) 시끄러워질 수도 있다 "고 말했다.

당장 비박계의 한 의원은 "친박 인사들을 국회에 보내려면, TK가 아니라 수도권의 야당 현역의원이 있는 곳에 내보내서 당당하게 국민의 심판을 받는 게 맞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