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 고위급 접촉 사흘째인 24일 오전 박근혜 대통령이 청와대에서 열린 수석비서관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북한의 비무장지대(DMZ) 목함지뢰 도발과 서부전선 포격 도발로 초래된 한반도 군사적 긴장 상황을 논의하는 남북 고위급 접촉이 장기화될 수 있을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남북 양측은 '무박 3일'간의 마라톤회담에서 서로의 입장 차를 확인하는 등 평행선을 유지하면서도 회담 결렬을 선언하지 않았다. 파국을 피하기 위한 '대화 의지'가 확고했던 것이다.

남북 대표단은 지난 22일 오후 6시30분 판문점 남측 평화의집에서 만나 10시간 가까이 계속했던 '1차 접촉'에서 접점을 찾지 못했고, 같은 날 오후 3시30분 재개한 2차 접촉에서도 밤늦게까지 접점을 찾지 못하고 마라톤협상을 계속했다.

김관진 청와대 국가안보실장과 홍용표 통일부 장관, 황병서 인민군 총정치국장과 김양건 노동당 비서 등 남북 인사 4명이 참여한 '2+2' 고위급회담에서 남북은 주요 의제를 놓고 팽팽하게 맞선 것으로 알려졌다. 우리 측은 이번 위기의 원인이 된 지난 4일 DMZ 내 지뢰 도발과 20일 서부전선 포격 도발에 대해 북한 측이 솔직히 인정하고 분명한 사과와 재발방지책 마련 및 책임자 처벌 등이 선행돼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하지만 북한 측은 자신들의 소행이 아니라 우리 측의 '모략극'이라고 맞선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북한 측의 사과 여부가 회담의 최대 쟁점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회담이 장기화되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며, '사과'란 용어를 놓고 서로의 입장을 관철하기 위해 양측이 팽팽하게 맞섰던 것으로 보인다.

이와 관련해 박 대통령은 이날 수석비서관 회의를 주재한 자리에서 "확실한 사과와 재발방지가 필요하다"면서 "그렇지 않으면 상응한 조치를 하고 대북 확성기 방송도 계속 유지할 것"이라고 엄중한 메시지를 전달했다.

양측은 김 안보실장과 황 총정치국장이 '1 대 1'로 비공개 접촉을 이어가면서 대화를 통해 문제를 해결하는 데 공감하고 접점 찾기를 시도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때 협상 최대 쟁점과 관련해 일부 진전이 있었던 것으로 알려지기도 했으나, 북한의 '최고존엄'이 사과를 하는 것을 받아들이기 어렵지 않았겠냐는 분석도 제기됐다. 일각에서는 한 차례 더 정회한 뒤 3차 접촉을 모색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기도 했다.

'사과' 문제와는 별개로 북한이 고의적으로 회담을 장기전으로 끌고갈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도 있다. 회담 제안 목적 자체가 대화가 아니라 국제사회에 '보여주기'이자 긴장국면 조성을 통한 내부결속 및 남남갈등 조장에 있었다면 굳이 협상을 서두를 이유가 없지 않겠느냐는 것이다. 회담에서는 이산가족 상봉 문제를 비롯한 남북관계 전반의 여러 현안이 협상 테이블에 오른 것으로 전해졌으나 청와대와 통일부 등 관계 당국은 함구로 일관하고 있다.

한편 북한은 고위급 협상과는 별개로 '준전시상황' 매뉴얼에 따라 공기부양정과 잠수함 및 특수전 요원 등 3대 침투전력이 모두 소속기지를 떠나 전방 등으로 전개하는 등 군사적 위협도 계속했다.

이에 맞서 한국과 미국은 미국의 B-52 전략폭격기와 핵잠수함 등 전략자산을 전개하는 시점을 협의하는 등 북한의 추가 도발에 적극적으로 대처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