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이 24일 오전 청와대에서 수석비서관회의를 주재하고 있다.연합뉴스

박근혜 대통령은 남북 고위급 접촉이 진행되는 상황에서도 '대북 원칙론'을 일관되게 유치했다. 북한의 군사적 도발에 대해서는 단호하게 대응하면서도 북한이 교류협력의 길로 나올 경우 공동 번영으로 나아갈 수 있다는 점을 공개적으로 강조했다.

일촉즉발의 위기 상황으로 내몰린 한반도의 군사적 긴장을 완화하기 위한 남북 고위급 접촉이 계속되는 엄중한 시점인 데도 박 대통령은 대북 원칙론을 고수했다.

박 대통령은 24일 청와대에서 수석비서관회의를 주재한 자리에서 "이번 회담의 성격은 무엇보다 현 사태를 야기한 북한의 지뢰 도발을 비롯한 도발 행위에 대한 사과와 재발방지가 가장 중요한 사안"이라며 "매번 반복돼온 도발과 불안 상황을 되풀이하지 않으려면 확실한 사과와 재발방지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과거처럼 북한이 도발로 위기를 조성한 뒤 일시적으로 '대화모드'가 조성되면 북한의 시인이나 사과 없이 적당한 선에서의 타협이나 보상으로 긴장을 완화하고, 이를 노린 북한이 다시 도발을 감행하는 악순환을 이번 회담을 계기로 끊어야 한다는 원칙을 강조한 것이다.

이는 무박 3일간 계속된 남북 접촉이 쉽사리 결론을 내지 못했던 배경이기도 하다.

박 대통령은 "그렇지 않으면 그에 상응하는 조처를 하고 대북 확성기 방송도 계속 유지할 것"이라고도 했다. 북한의 사과 없이 협상 타결은 불가하다는 엄중한 메시지를 발신한 것이다.

협상에만 매달려 대북정책의 틀까지 흔들 수 없다는 박 대통령 특유의 원칙론이다. '도발→위기조성→보상→도발'이라는 북한의 대남전략 패턴에 더는 끌려가지 않겠다는 뜻으로 읽힌다.

박 대통령이 자신의 대북 철학을 밀어붙인데는 대북 원칙론에 대해 긍정적 여론이 형성된 점이 큰 힘이 됐다. 한 참모는 "영화 '연평해전'의 영향 때문인지 이번에는 젊은 세대도 분위기가 다르다"고 전했다. '2030세대'에서도 대북 강경여론이 강하다는 것이다.

남북 접촉 수석대표의 '격(格)'이 우리 측 외교안보 컨트롤타워인 김관진 청와대 국가안보실장과 북한 측 군 서열 1위인 황병서 인민군 총정치국장으로 맞춰진 것도 상식 및 국제기준에 따라야 한다는 박 대통령의 원칙이 통한 결과라는 평가다. 애초 북측은 김양건 노동당 비서 명의로 김 안보실장 앞으로 접촉을 제안했는데, 우리 측은 수석대표로 황 총정치국장이 나올 것을 요구해 관철했다.

박 대통령은 2013년 6월 개성공단 정상화 문제와 관련한 남북 당국 회담 서울 개최가 합의됐을 때도 북한 대표단이 수석대표를 장관급에서 차관급으로 낮춘 것에 대해 "더는 굴종과 굴욕을 강요당할 수는 없다"고 문제 삼아 회담이 취소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