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정보원의 민간인 해킹 의혹 규명을 위한 국회 차원의 진상 조사가 이번 주부터 시작된다. 새정치민주연합은 '철저한 진상 규명'을 요구하며 벼르고 있고 새누리당은 '무리한 정치 공세'로 규정, 방어막을 치고 있다. 진상 조사가 진실 규명보다는 정치 공방으로 흐를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여야 지도부의 합의에 따라 국회 정보위원회와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는 27일 관계기관으로부터 현안보고를 받는다. 국방위원회는 다음 달 11, 12일께 현안보고가 실시될 가능성이 크고 안전행정위원회는 이번 주 중 일정을 잡는다.
최대 관심은 27일 국정원의 정보위 현안보고다. 국정원은 국정원장과 1·2·3차장 등 국정원 간부들이 참석한 가운데 사망한 임모 과장의 파일 삭제 내역 분석 결과를 여야 정보위원들에게 보고한다. 이는 여야 공방의 새로운 출발점이 될 가능성이 크다. 국정원은 내국인 사찰이 없었다는 기존 입장을 재확인할 것으로 예상되지만 야당이 이를 수용할 가능성은 없다. 새누리당 이장우 대변인은 26일 브리핑에서 "내국인 사찰 의혹이 없었던 것으로 확인된다면 야당은 이를 수긍하고 무리한 정치공세를 즉각 중단, 국민에게 사과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반면 새정치연합 박수현 원내대변인은 "1차 현안보고가 끝이 아니라 필요에 따라 2·3·4차 현안보고를 진행해 국민을 불안에 떨게 하고 있는 국정원 해킹 의혹을 낱낱이 밝혀낼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국정원이 아직 모르쇠로 일관하고 있는데 얼마나 의미 있는 자료를 갖고 올지 똑똑히 지켜볼 것"이라고 말했다.
미방위 현안보고에서는 국정원의 해킹 프로그램 도입에 대한 통신비밀보호법 위반 여부, 해킹 프로그램 구매를 중개한 나나테크의 정보통신망법 위반 가능성 등이 도마에 오를 것으로 보인다.
안행위에서는 숨진 국정원 직원의 자살 경위를 둘러싼 의혹 등이 주요 쟁점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국방위에서는 국방부 사이버사령부의 대북 해킹 방어능력 및 유사한 해킹 프로그램 구매 가능성 등에 대한 현안보고와 질의가 이뤄질 전망이다. 여야는 4개 상임위 현안보고 결과를 토대로 다시 정보위를 열기로 합의했지만 이견이 커 불투명하다. 이 때문에 야당 일각에서는 4개 상임위 현안보고 뒤 국정조사 또는 특검 카드도 고려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