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메이지 산업시설 세계문화유산 등재와 관련해 한일 간 외교전이 2라운드에 접어들었다. 일본의 '강제노역' 공식 인정을 이끌어낸 것은 우리 외교의 성과로 평가되지만, 세계유산 등재 결정문의 잉크도 마르기 전에 일본 측에서 이를 부인하는 언급이 나오면서 논란이 커진 것이다.

기시다 후미오 일본 외무상은 세계유산위원회의 등재 결정 직후 도쿄에서 기자들에게 "강제노동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고 일본 언론이 6일 전했다. 또 일부 일본 언론이 일본 정부의 가번역본으로 공개한 부분에도 'forced to work'라는 부분을 '일하게 됐다'는 강제노동의 의미가 상당히 희석된 표현으로 해석했다.

한일 양국이 막판까지 쟁점이었던 '강제노동'에 대해 'enforced labor'대신 절충안으로 택한 표현이었지만 그 모호성으로 해석 논란을 불러일으킨 것이다. 게다가 강제노역의 주체에 대해서도 '일본 정부'로 명확하게 표시되지 않은 점도 허점으로 지적된다.

이에 대해 우리 정부 당국자는 "'의사에 반해', '가혹한 조건하에서 강제로 노역' 등 이 두 가지 표현은 누가 보더라도 강제노동으로 당연히 해석할 수 있다"고 반박하고 있다.

이와 함께 일본 측이 세계유산위원회에서 약속한 조선인 강제징용 시설의 정보센터 설립 등 후속조치를 이행을 강제할 수단이 없다는 점도 우려를 낳고 있다. 이런 탓에 일본의 세계유산 등재를 둘러싼 외교전은 끝나지 않았다는 평가가 나온다.

정치권 일각에서는 이번 한일 협상이 우리 정부에 유리한 지렛대를 포기한 굴종외교라는 지적도 나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