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이 1일 청와대에서 수석비서관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박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국회법 개정안에 대해 거부권 행사 방침을 시사했다. 연합뉴스

- 강제성 여부 엇갈린 여야 향해
- "입장 통일시켜 제시하라" 압박
- 여론전서도 불리하지 않다 판단
- 국민에 혼란·피해주는 법안 강조

박근혜 대통령이 1일 국회가 시행령 등 정부의 행정입법에 대해 수정을 요구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의 국회법 개정안을 통과시킨데 대해 거부권 행사라는 초강경 대응방침을 시사했다. 박 대통령은 이날 수석비서관 회의에서 국정마비와 정부의 무력화를 들어 "정부로서는 국회법 개정안을 받아들일 수 없다"고 천명했다.

국회 본회의에서 여야 합의로 211명의 압도적 찬성으로 통과된 국회법을 공포하지 않고 재의를 요구하는 거부권 행사를 시사하는 초강수를 선택한 배경에는 여야 사이에 벌어진 '틈새'를 찾았기 때문이라는 해석이다. 실제로 개정안을 놓고 여당 내부에서 친박(친박근혜)계와 비주류 간 시각차가 드러났고, 비주류 지도부도 개정안에서 규정한 국회의 행정입법 수정요구권은 강제성이 없다는 입장을 내놓고 있다. 여기에 김무성 대표와 유승민 원내대표 등 비주류 지도부도 박 대통령의 의지를 거부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판단을 한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이날 박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 시사발언은 1차적으로 여당이 국회에서 위헌소지를 해소하라는 메시지를 발신한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박 대통령은 여론전에서도 불리하지 않다는 판단을 내린 듯하다. 박 대통령은 "공무원연금과 관계없는 세월호특벌법 시행령 문제를 연계시켜 위헌 논란을 가져오는 국회법까지 개정을 했다"면서 "정부 시행령까지 국회가 번번이 수정을 요구하면 정책추진은 악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고, 결국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에게 돌아간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개정안이 여야 간 정략적 타협에 의한 산물로, 국민에게 피해를 주는 졸속입법이라는 점을 강조하면서 '국민을 위해' 거부권을 행사할 수밖에 없다는 논리를 편 것이다. 박 대통령은 그러면서 "과거 국회에서도 이번 개정안과 동일한 내용의 국회법 개정에 대해 위헌 소지가 높다는 이유로 통과되지 않은 전례가 있다"고 지적했다. 2000년 '시행령과 모법(母法)이 어긋날 경우 국회가 시정을 요구한다'는 내용을 골자로 한 국회법 개정안이 국회 본회의에 상정됐다가 위헌 논란시비 끝에 '시정을 요구한다' 대신 '그 내용을 통보한다'로 수정됐던 사례를 언급한 것이다.

민경욱 청와대 대변인이 "개정된 국회법을 통과시킨 여당과 야당이 해당 조항에 강제성이 있다, 없다를 두고 의견이 갈리고 있어 국민이 혼란스러워 하고 있다"며 "강제성 유무에 대한 (여야의) 입장이 통일돼야 한다"고 밝힌 것도 같은 맥락이다. 박 대통령은 국회에서 행정입법 시정요구권이 강제성이 없는 것으로 결론이 나면 추가 대응을 할 필요성이 없어지고, 강제성이 있다는 쪽으로 정리되면 법원의 심사권을 명백히 침해하는 것이어서 거부권 행사의 명분을 확보할 수 있다는 판단을 내린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