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일 열린 국회 운영위원회에서 새누리당 유승민(오른쪽) 원내대표와 새정치연합 우윤근 원내대표가 악수를 하고 있다. 이용우 기자

- 법사위 공청회도 적용범위 논란

- 정의화 의장 '8인 협의체' 제안

여야가 2월 임시국회 회기내 처리를 합의했던 '김영란법'이 복잡한 이해관계 속에 진통을 겪고 있다.

여야 지도부는 23일 김영란법 처리를 위한 조율에 본격 착수했으나 여야간 입장차는 물론 정무위와 법제사법위 등 상임위간 충돌 양상도 나타나 2월 국회의 문턱을 넘을지 불투명하다.

새누리당 유승민 원내대표는 이날 새정치민주연합 소속 이상민 법사위원장과 면담한 자리에서 "이 법이 그대로 통과되면 너무나 많은 공직자나 공공부문에 속하지 않은 일반 시민에게도 그대로 적용될 수 있어 걱정하고 있다"면서 "일반 시민에게까지 파급효과가 너무 크거나 법률적 형식주의에 빠질 수 있는 부분 등은 최대한 조정돼야 한다"고 수정 필요성을 제기했다.

반면 새정치연합 지도부는 이날 오전 최고위원회의에서 "김영란법은 정무위에서 통과된 안대로 2월 국회에서 처리돼야 한다"는데 의견을 모았다고 김영록 수석대변인이 국회 브리핑을 통해 전했다.

상임위원장간 입장차도 여전하다. 이 법사위원장은 이날 기자들과 만나 "부정부패를 뿌리뽑아야 한다는 원안 취지를 살리면서도 위헌적 부분과 부작용이 생길 수 있는 부분 등을 잘 다듬어 통과시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반면 새누리당 소속 정우택 정무위원장은 라디오 인터뷰에서 "당연히 정무위안대로 통과돼야 한다. 정무위 통과시 위헌 소지가 없다는 게 정부의 공식 의견이었다"며 정무위안 고수 입장을 밝혔다.

정의화 국회의장은 이날 법사위원장과 정무위원장, 여야 대표·원내대표·정책위의장 등 8명이 모여서 위임을 받아 결정하는 '8인 협의체'를 제안했다.

입법의 분수령은 24일 여야 원내지도부간 주례회동이 될 것으로 보인다. 여야 원내지도부가 이번주 내로 결론을 내리지 못 하면 2월 임시국회 처리는 사실상 물건너가게 된다.

이런 가운데 이날 국회 법제사법위원회가 개최한 김영란법 공청회에서는 최대 쟁점인 적용 범위를 놓고 전문가들간 갑론을박이 벌어졌다.

오경식 원주대 법대 교수는 "대상 범위가 광범위해 전 국민의 3분의1 정도가 적용대상자(잠재적 범죄자)로 해석될 수 있어 자칫 17∼18세기의 경찰국가시대로 회귀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며 "정치권력의 언론 장악 및 정적 제거용 수단으로 악용될 가능성에 대한 제도적 방지장치가 마련되지 않는다면 통과돼선 안 된다"고 주장했다.

송기춘 전북대 로스쿨 교수는 "운영에 정부 관련성이 인정된 경우에 한정해야 한다"며 언론인 포괄적용에 반대했으나, 이완기 민언련 상임대표는 "충격요법이 필요하다. 언론과 표현의 자유를 진전시키는 데도 오히려 이 법이 필요하다"며 정무위안 통과를 촉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