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이 12일 신년 기자회견에서 정치권의 청와대 인적 쇄신 요구를 거부했다. 이에 야당은 "고집불통의 국정 스타일"이라고 비판하고 나섰다. 또 청와대와 내각의 일대 쇄신없이 국정동력을 확보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비관론이 일고 있다.

박 대통령은 이날 집권 3년 차를 맞아 가진 기자회견에서 "('비선 실세 국정개입' 의혹을 낳은) 문건유출 파동으로 국민 여러분께 허탈함을 드린데 대해 마음이 무겁고 송구스럽다"고 사과했다. 그러나 박 대통령은 청와대 인적 쇄신 요구와 관련, "김기춘 비서실장은 정말 드물게 사심이 없는 분"이라며 "(당면한 현안) 문제들을 먼저 수습하고 결정할 문제"라고 말했다. 당장 교체할 의사가 없다는 것이다.

문고리 3인방으로 불리는 이재만 총무비서관, 정호성 제1·안봉근 제2 부속실 비서관에 대해서도 "교체할 이유가 없다"고 일축했다. 나아가 박 대통령은 "(세 비서관의 비리 의혹에 대해) 이번에 대대적으로 다 뒤집고 그러는 바람에 '진짜 (비리가) 없구나'하는 것을 저는 확인했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국정최고책임기관인 청와대의 비서실은 이른바 비선 실세 문건 파동과 김영한 전 청와대 민정수석의 항명 파동이 겹치면서 '만신창이'가 된 상태다. 야당은 물론 여당 일각에서도 5년 단임제에서 국정운영의 '마지막 골든타임'으로 인식되고 있는 집권 3년 차를 청와대부터 일신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국민여론도 마찬가지다. 리얼미터가 지난달 18일 실시한 여론조사결과 국민 10명 가운데 7명(69.9%)이 청와대 인적 쇄신이 필요하다고 응답했다.

그런데도 박 대통령은 "문제가 없다"고 밝혔다. 다만 청와대 비서실을 소통구조로 바꾸고, 특보단을 신설해 보완하겠다고 말했다. 내각개편에 대해서도 박 대통령은 "(장관이 공석인) 해수부라든가 꼭 개각을 해야 할 필요성이 있는 데를 중심으로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박 대통령은 정홍원 국무총리가 세월호 참사에 대한 책임을 표명한 사의를 수용했지만, 두 명의 총리 후보가 잇따라 낙마하면서 다시 눌러 앉힌 상태다. 리더십에 상처를 입은 정 총리를 포함한 개각에 대한 기대도 컸지만, 빈자리를 채우는 수준에서 매듭 짓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국면전환용 인적 쇄신에 부정적인 박 대통령의 인사스타일이 재확인되면서 앞으로도 국정운영 방식이 크게 바뀌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야당은 "절망과 불통"이라고 반발하고 나서 새해 정국에 암운이 드리워지고 있다. 새정치민주연합 유기홍 수석대변인은 "국민이 듣고 싶은 말은 없고 대통령이 하고 싶은 이야기만 늘어놓은 하나 마나 한 기자회견"이라고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