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이 20일 오후 새누리당 지도부와의 청와대 회동에서 김무성 대표와 악수하고 있다. 사진 왼쪽부터 주호영 정책위 의장, 박 대통령, 김 대표, 이완구 원내대표. 연합뉴스

- 靑 초청 제의 거부한 야당
- "입법부에 지나친 간섭" 반발

박근혜 대통령은 20일 오후 새누리당 지도부와 청와대에서 회동을 갖고 지난주 해외순방 성과를 설명하면서 한·호주 자유무역협정(FTA) 국회 비준과 예산안, 민생법안, 공무원연금 개혁의 빠른 처리를 주문했다. 이에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는 박 대통령의 해외성과가 결실이 있도록 뒷받침하겠다고 화답했다.

박 대통령의 회동 초청을 거절한 야당은 대통령이 여당에 압박을 가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날 회동이 정기국회 일정의 순탄한 진행을 위해 협조가 필요한 야당과 오히려 대립강도를 높이는 모양새가 된 셈이다.

박 대통령은 김 대표와 이완구 원내대표, 주호영 정책위의장 등 새누리당 지도부와 가진 회동에서 "국회에 계류돼 있는 FTA 법안들도 빨리 통과시키고 예산안이나 민생법안, 공무원연금 개혁과 같은 개혁과제들도 적기에 처리된다면 경제적으로 재도약할 수 있을 것"이라며 "앞으로 여당이 힘을 모아 많이 노력해주면 감사하겠다"고 말했다.

박 대통령이 여당 지도부만 청와대로 따로 불러 만난 것은 지난 9월 16일 이후 두 달여 만이다.

특히 박 대통령은 한·호주 FTA의 국회 비준동의가 안될 경우 수출 손실 추산액이 연간 4억6000만 달러라는 연구결과를 언급한 뒤 "중국도 호주와의 FTA가 실질 타결됐다. 잘못하면 경제적 실리를 다 빼앗길 수 있다"며 "그래서 조속한 비준동의를 부탁드린다"고 당부했다.

또 박 대통령은 "북한 문제나 외교·안보 현안에 있어서도 지금 가장 중요한 시기가 된 것 같다"며 "이럴 때 국민께 경제가 더 나아지고 행복한 삶을 드릴 수 있도록 당과 국회의 역할을 부탁드리고, 당·정·청도 긴밀하게 소통해나가면서 힘을 모아 나갔으면 한다"고 강조했다.

박 대통령은 그러면서 해외순방 중 한중, 한·뉴질랜드 FTA 타결을 통한 경제영토 확장, 미·중·러 정상들과 회담 또는 수시대화를 통한 현안 공감대 형성 등의 성과를 소개했다.

이에 김 대표는 "대통령께서 해외순방에서 큰 업적을 갖고 돌아오셨는데 당에서 제대로 뒷받침을 못한 것 같아 송구스러운 마음이 있다"며 "다음부터는 더 열심히 해 올리신 성과가 결실이 나올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김 대표가 이처럼 한껏 몸을 낮춘 데 대해 '개헌 봇물' 발언 이후 껄끄러워진 박 대통령과 관계를 의식한 것이라는 해석이 나왔다.

이완구 원내대표도 예산안과 민생법안 처리를 다짐하면서 "(김무성) 당 대표께서 (공무원연금 개혁안을) 대표발의까지 하고, 어제 노조하고도 만나고, 공무원연금 개혁에 우리 대표가 고생 많이 한다"고 거들었다.

박 대통령은 야당이 이날 청와대 회동을 거부한 데 대해 "좀 안타깝게 생각 된다"고 말했다.

새정치민주연합 김성수 대변인은 "대통령이 여당 지도부를 불러 협조를 당부한 것은 말이 좋아 협조 당부이지 사실상 압박을 가한 것이어서 유감"이라며 "입법부에 대한 지나친 간섭이고 권위주의적인 발상이 아닐 수 없다"고 비판했다. 또 이 원내대표가 법정 시한 내 예산안 처리를 언급한 데 대해 "대통령과 여당 지도부가 단독 처리의 의중을 밝힌 것은 야당으로서는 결코 받아들일 수 없다"고 반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