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왼쪽), 이재오

- 문재인 새정연 비대위원
- "정당명부비례대표 도입을"
- 이재오 새누리 의원도
- "소선거구제 뜯어고칠 필요"

헌법재판소의 현행 선거구 획정 헌법 불일치 결정으로 국회의원 선거구에 대한 대폭 손질이 불가피해지자 야권을 중심으로 소선거구제를 중대선거구제로 개편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중대선거구제를 도입하면 자신들의 텃밭인 호남권 손실을 최소화하면서 새누리당의 핵심인 부산·경남(PK) 공략이 가능하다는 계산도 깔려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31일 새정치민주연합 비대위 회의에서 중대선거구제 도입 주장이 쏟아져나왔다. 새정연 문재인 비대위원은 "헌재의 결정으로 인구수가 줄어드는 농어촌 지역의 지역대표성이 갈수록 약해지는 반면, 도시지역 특히 수도권에 의석이 집중되는 문제점은 커졌다"면서 "따라서 정치 혁신의 큰 틀에서 선거제도의 전면 개혁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어 "승자독식 소선거구제도가 초래하는 지역주의 정치구도를 완화하고 약화되는 지역대표성을 보완하기 위해 권역별 정당명부비례대표제의 도입을 제안한다"고 말했다.

박지원 비대위원도 "헌재의 결정에 따르면 농어촌 소도시의 선거구 수는 확 줄어들고 수도권 대도시는 확 늘어난다"면서 "차제에 중·대선거구와 권역별 비례대표제를 검토해 볼 필요가 있다"고 동의했다.

같은 당 정세균 비대위원은 "지역패권주의 극복, 공천제도 개혁, 민심 반영의 정치 등을 실현하기 위한 선거제도의 전면적 개혁이 필요하다"면서 "중대선거구제 및 비례대표제 확충과 개선 등 모든 개혁안을 논의하는 제3자적 기구를 설치할 필요가 있다"고 가세했다.

새누리당 이재오 의원도 이날 라디오 인터뷰를 통해 "광역의원이나 기초의원에게 지방자치를 맡긴다는 취지에서라도 지금의 소선거구제를 바꿀 필요가 있다"며 "국회의원 선거는 중대선거구제로 해서 의원들이 국정에 전념하도록 하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이에 앞서 심상정 정의당 원내대표는 지난달 30일 기자회견을 통해 "현행 소선거구제는 절반에 가까운 국민들의 의사는 사표(死票)가 되는 등 국민의 평등권을 보장할 수 없는 한계를 가지고 있다"며 소선거구제 폐지를 포함한 포괄적인 선거법 개정을 주장했다.

한편 선거구 개편 문제를 논의하기 위한 정치개혁특위 구성 시점을 놓고 여야가 이견을 보이고 있다.

새정연 문희상 비상대책위원장과 우윤근 원내대표는 이날 비대위 회의에서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께서도 어제 정치개혁특위 구성을 제안했던 만큼 미룰 이유가 없다"면서 즉각적인 정개특위 가동을 제안했다.

그러나 새누리당은 즉각적인 정개특위 가동에 미온적이다. 김무성 대표는 "원내대표에게 일임할 사항"이라고 말했고, 이완구 원내대표는 "김재원 원내수석부대표에게 물어보라"고 언급을 피했다. 김 수석부대표는 "산적한 현안이 많기 때문에 정개특위를 굳이 정기국회 기간에 만들어야 되는 것은 아니라고 본다"면서 "정기국회가 끝난 다음에 하면 된다"고 말했다. 정개특위 구성 시 당내 개헌론자들이 개헌논의를 본격화하는 계기로 삼으려는 움직임을 보이는 것과 무관치 않아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