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무성(왼쪽 사진) 새누리당 대표와 문희상 새정치민주연합 비대위원장이 30일 각각 서울 여의도 국회 본회의장에서 교섭단체 대표 연설을 하고 있다. 이용우 기자 ywlee@kookje.co.kr

# 새누리 김 대표

- 경제위기 극복·미래도약 강조
- 정쟁중단·국회선진화법 개정
- 오픈프라이머리 도입 재천명
- 연금 개혁 공무원이 도와달라

# 새정연 문 비대위원장

- 개헌특위 구성 등 타임라인 제시
- 복지재원 논의 국민대타협위도
- 서민이 웃어야 진짜 경제활성화
- 박 대통령 초심으로 돌아가야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와 새정치민주연합 문희상 비상대책위원장이 30일 '연설대결'을 벌였다. 이날 연달아 국회 본회의 교섭단체 대표연설에 나선 두 사람은 현재의 경제상황이 급박하다는데는 의견을 같이했으나 해법에 대해서는 상반된 의견을 내놓았다. 또 복지수준과 복지재원에 대한 사회적 논의 필요성에 대해서는 비슷한 목소리를 냈으나 현재의 복지수준에 대해서는 시각이 달랐다.

■김무성, " 대타협으로 위기극복"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의 이날 첫 교섭단체 대표연설 키워드는 경제위기 극복과 미래로의 도약을 위한 '사회적 대타협'이었다. 김 대표는 이를 위해 여야의 정쟁중단 선언, 여야 대표 회동 정례화를 제안했고, 국회선진화법 개정과 오픈프라이머리(완전국민경선제) 도입 필요성 등도 정치혁신 과제로 내놓았다.집권여당 대표로서 국정 어젠다를 뒷받침하려는 의지도 곳곳에 담아냈다. 그러나 김 대표는 당·청 갈등의 진원이 됐던 개헌에 대해서는 한마디도 언급하지 않았다.

김 대표는 사회적 대타협의 최우선과제로 '복지수준'에 대한 합의를 들었다. '저성장-과잉복지'로 위기를 겪었던 선진국들의 사례를 일일이 거론하면서 "'저부담-저복지'로 갈 것인지 '고부담-고복지'로 갈 것인지에 대한 방향을 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특히 "복지는 혜택이 아니라 국가의 의무"라면서도 "하지만 공짜복지는 없다"는 말로 복지재정난을 우려했다. 증세에 대해 직접적으로 언급하지는 않았지만 복지수준을 높이려면 누군가 그 부담을 져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공무원연금 개혁과 관련, "정치적인 손해를 보더라도 용기있게 추진해나가겠다"면서 "다만 공무원의 일방적인 희생만을 강요하지는 않을 것이니 공무원 여러분들이 도와달라"고 호소했다.

김 대표는 이어 "시대정신은 격차해소"라면서 "빈부격차, 수도권과 지방 간 격차, 대기업·중소기업 간 격차는 반드시 해소돼야할 과제"라고 역설했다.

'정치개혁'과 관련, 김 대표는 "민주주의를 지키는 기본 틀인 다수결 원칙이 사라지면서 입법부로서의 기능을 잃어버렸다"면서 야당에 국회선진화법 재검토를 요청했다. 또 "당 대표로서 공천권을 행사하지 않겠다는 약속을 반드시 지키겠다"면서 "정치인이 권력자에 줄을 서지않고 국민의 편에서 판단할 수 있도록 '오픈프라이머리'를 도입하자"고 강력하게 제안했다.

■문희상, 작심한 개헌론 역설

문 위원장은 전날 박근혜 대통령을 만나 '예고'했던 대로 '분권형 대통령제'를 핵심으로 하는 개헌론의 깃발을 들어올렸다. 그는 "개헌에도 골든타임이 있는데, 바로 지금이 28년 만에 합의된 최적의 시점"이라면서 "이번 기회를 놓치면 낡은 정치는 지속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연내 국회 개헌특위 구성→내년 본격적 개헌 논의→20대 총선(2016년) 전 개헌'이라는 구체적 타임라인까지 제시했다.

문 위원장은 이어 논어 안연편에 나오는 공자의 '군군신신부부자자'(君君臣臣父父子子·임금은 임금답고 신하는 신하답고 아버지는 아버지답고 자식은 자식 다우면 된다)에 빗대어 '청청여여야야언언(靑靑與與野野言言)론'을 역설, 청와대와 여야가 본연의 역할에 충실해야 한다는 점을 역설했다.

특히 야당에 대해서는 "야당의 제1책무는 비판과 견제에 있다"면서 '강력한 야당'으로서의 역할을 강조한 뒤, "반대를 위한 반대는 더는 해서는 안 되고, 야당이 야당답기 위해 응당 해야 하는 뼈를 깎는 자기혁신도 게을리 하지 않을 것"이라고 약속했다.

현 정부의 경제정책과 관련, 문 위원장은 "먹고사는 것이 고단한 서민들이 웃어야 '진짜 경제활성화'"라면서 "그러기 위해서는 박 대통령이 초심으로 돌아가야 한다"고 촉구했다.

복지문제와 관련, 문 위원장은 복지수준을 더 늘여야 한다는 쪽에 무게를 두면서 "국회 차원의 지속가능한 복지재원 논의를 위한 국민대타협위원회 구성을 제안한다"고 말했다. 그는 4대강 사업, 부실 자원외교, 방위사업 부실비리 등을 통해 허비된 수 십조 원을 아낀다면 복지재원 확충이 가능하다는 입장과 함께 '부자감세' 철회도 주장했다.

국회선진화법 개정과 관련, 문 위원장은 사전 배포한 원고에는 없던 입장을 추가, "최근 선진화법을 개정하자는 논의가 있다"며 "우리가 어떻게 해서 그 법을 만들었느냐"고 우려를 표했다.

■모처럼만의 상호 '덕담'

김 대표는 "문 위원장의 연설에서 공감하는 부분이 많았다"면서 "상대당 대표 발언에 대해서 좋게 이야기해야지 비판하면 안 된다. 우리 대변인에게 절대 그렇게 하지 말라고 했다"라고 전했다.

문 위원장도 기자들과의 오찬 간담회에서 "여당 대표 연설이 내가 보기에 드물게 잘 된 연설이었다"면서 "다루는 문제의 시각이 좋았다. 고통분담의 호소는 여당이 할 이야기를 한 것"이라며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그러나 당 대변인들의 논평에서는 일부 가시돋친 지적도 있었다.

새누리당 박대출 대변인은 문 위원장의 연설에 대한 직접 비판은 자제하면서도 "온기가 돌기 시작한 국회 아궁이에 김 대표는 마른 장작을 골라서 밀어 넣었고, 문 위원장은 마른 장작에 젖은 장작도 섞어 넣은 것이 아닌가 하는 인상을 받았다"고 논평했다.

반면 새정연 김성수 대변인은 브리핑에서 "김무성 대표의 연설은 우리 사회와 국민의 고통에 대한 진단도, 위기탈출을 위한 해법도 잘못 찾은 실망스러운 내용이었다"고 비판의 수위를 끌어올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