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당 이완구(왼쪽) 원내대표와 김재원 원내수석부대표가 1일 안산 세월호 희생자 정부합동분향소를 방문한 뒤 세월호 유족대책위원회 관계자와 함께 대책위 사무실로 이동하고 있다. 연합뉴스

- "독립성 가진 특검 불가능"
- 가족대책위 "野, 약속 어겼다"
- 김무성 "국회 믿어달라" 당부

진통 끝에 마련된 세월호 특별법 여야 합의가 유족의 강한 반대에 직면하면서 본격적인 입법화를 앞두고 첫발부터 위태로운 걸음을 떼게 됐다. 특히 특검 후보군 추천 시 유족의 참여 여부는 추후 논의키로 한 조항의 실효성을 놓고 논란이 이어졌다.

새정치민주연합 박범계 대변인은 1일 KBS 라디오에 나와 "여야 합의로 특검 추천이 이뤄지게 된 만큼 극단적인 인물들이 배제되고 중립적인 인사의 추천이 가능하게 됐다고 본다"면서 "새정연은 10월 말 최종 협상까지 유족이 특검 후보를 추천하는 데 있어서 참여하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세월호가족대책위 박주민 변호사는 이날 "어제 합의안으로는 정치적인 독립성을 가진 특별검사가 만들어지기 어렵다"면서 "추후 합의라는 것은 큰 의미 없는 조항"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특검 후보군을 형성하는데 가족이 참여하는 것을 마지노선으로 그 이상을 가져오는 협상을 하라고 한 것인데 새정연이 가족들에게 한 약속을 어겼다"고 주장했다. 고 김동혁 군의 어머니인 김성실 세월호 가족대책위 부위원장도 "현실적으로 이럴 수밖에 없다고 했지만, 저희 입장에서는 이런 특별법은 필요 없다"며 "야당이 좀 더 편한 쪽에 고개를 숙이고 꼬랑지를 내리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든다"며 야당에 대해 강한 불신을 표했다.

야당 내부에서도 유족 참여 추후 논의는 현실성 없는 '반쪽짜리 합의'라는 비판이 나오고 있지만 3차 합의까지 유족의 반대로 파기될 경우 정치권이 공멸한다는 인식에서 밀어붙인다는 방침이다.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도 이날 최고·중진연석회의에서 유족들을 향해 "100% 만족하지 못하겠지만 여야가 어렵게 합의한 만큼 합의안을 수용해주시는 것이 빠른 진상조사에 도움이 된다고 생각해주시기 바란다"면서 "국회를 믿어달라"고 당부했다.

여야 원내 지도부는 이날 오후 안산 세월호 유족대책위 사무실에서 유족들과 면담을 하고 본격적인 설득 작업에 나섰다. 박영선 원내대표는 면담에 앞서 안산 정부합동분향소를 찾아 분향한 뒤 방명록에 "가장 슬픈 법이 너무 슬프게 되었습니다. 미안합니다. 아직 이렇게밖에 힘이 되지 못해서…"라며 "그러나 힘닿는 데까지 더 노력하겠습니다"라는 글을 남겼다.

여야가 유족 설득부터 난관에 봉착하면서 향후 진상조사위 구성 및 유족 추천권 배분 문제, 아직 논의조차 안 된 피해자 배·보상 문제 등 남은 쟁점들을 제대로 풀어갈 수 있을지 우려가 커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