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野 "또 남탓…설득 리더십 필요"
- 與도 불쾌감…국정 부담 가능성

박근혜 대통령은 30일 세월호법으로 대치 중인 정치권을 향해 "(국민을 위하겠다는) 약속과 맹세는 어디로 갔느냐"고 강하게 비판했다. 여야 정치권은 이날 저녁 세월호법을 극적으로 타결했으나 박 대통령의 비판에 대해서는 강한 불쾌감을 드러냈다.

박 대통령이 지난 주 캐나다와 유엔을 순방하고 돌아와 이날 주재한 첫 국무회의에서 정치권을 작심하고 난타한 것이다. 하지만 박 대통령의 정치권에 대한 지속적인 압박은 야당은 물론 여당 내부에서도 소통부재로 인식되면서 향후 국정운영에서 부담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박 대통령은 이날 국무회의에서 한·캐나다 자유무역협정(FTA) 서명을 거론하면서 "캐나다 측에서 이렇게 힘들게 FTA에 서명하지만 한국 국회에서 언제 비준이 될지 우려된다는 이야기를 듣고 놀랐다"고 운을 뗐다.

그러면서 "다른 나라에서도 우리 국회에 대해 걱정할 정도로 국회 상황이 국제사회에 전부 알려져 있고, 그 상황이 우리나라 국익과 외교의 신뢰를 얼마나 떨어뜨리고 있는 것인지 우려스러웠다"고 말했다.

박 대통령은 더 나아가 "새정부가 들어서고 거의 2년 동안 정치권의 장외 정치와 반목 정치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데, 이런 상황일수록 국무위원들이 소신과 철학을 갖고 각 부처를 운영해 달라"고 주문했다. 지난 2년간 국정혼선이 야당의 발목잡기와 여당의 무능 탓이라는 인식을 드러낸 것이다.

박 대통령은 이번 순방을 위해 출국하기 전에도 "만약 국민에 대한 의무를 행하지 못할 경우에는 국민에게 그 의무를 반납하고 세비도 돌려드려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정치권을 비판하고, 세월호 특별법에 대해 2차 여여협상안을 마지노선으로 설정해 여당 내부에서도 반발이 일었다.

박 대통령이 또다시 국회마비와 국격훼손 등 국정혼선의 책임을 정치권으로 돌린 데 대해 야당은 "말인 즉슨, 박근혜 정부가 제대로 돌아가지 않고 있는 것이 모두 '야당 탓'이라는 말이냐"고 쏘아붙였다.

새정치민주연합 박수현 대변인은 "임명된 지 3개월 만에 사퇴한 청와대 수석비서관, 성추행 사건으로 국제적인 망신을 당한 청와대 대변인, 국민적 비난 속에 낙마한 두 명의 국무총리 후보 등 소위 '무자격자 수첩 인사'로 정국이 시끄러웠던 것도 야당 탓인가"라며 "(박 대통령에게) 압박의 리더십이 아니라 설득의 리더십이 필요할 때"라고 반박했다.

한편 여론조사기관인 리서치뷰가 이날 발표한 박 대통령의 직무평가에서 해외순방 효과에도 불구하고 '잘하고 있다'(45%)와 '잘못하고 있다'(45.3%)는 응답이 거의 같은 것으로 나타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