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돌- 박근혜 대통령이 16일 오전 청와대에서 열린 국무회의를 주재하며 개회를 선언하고 있다. 연합뉴스(왼쪽), 세월호 참사 가족대책위원회 관계자들이 16일 오후 국회 앞에서 박근혜 대통령의 국무회의 발언에 대한 입장을 밝히고 있다. 이용우 기자

- 국회 타협 가능성 낮고 국정 마비 장기화 부담
- 작심하고 정면돌파 나서

- "대통령 모독 도 넘었다"
- 야당 강력히 비판하기도

박근혜 대통령이 16일 세월호 특별법에 따른 진상조사특별위원회에 수사권과 기소권을 부여해야 한다는 야당과 유족이 요구를 공식 거부하는 초강수를 택했다. 이날 박 대통령이 국무회의와 여당 지도부와의 긴급회동을 통해 이런 뜻을 거듭 강조하면서 식물 상태에 빠진 국회를 강하게 비판했다. 세월호에 발목이 잡혀있는 국회를 향해 '세비를 반납하라'는 압박까지 했다. 박 대통령이 지난달 19일 세월호 재합의안이 유족의 반대로 불발된 이후 '침묵'을 지켜온 세월호 문제에 대해 작심하고 정면 돌파하겠다는 강경입장을 밝히면서 정국의 대치강도는 더욱 고조될 것으로 전망된다.

■세월호 정국 돌파 직접 나서

박 대통령은 이날 국무회의와 여당 지도부와의 회동에서 진상조사특위에 수사권·기소권을 부여해달라는 유족의 요청을 사법체계의 근간을 흔드는 일이라며 반대 입장을 천명했다. 박 대통령은 특히 "세월호법 제정을 위해 대통령이 결단해야 한다"는 새정치민주연합 등 야권과 유족의 요구에 대해 "대통령이 결단을 내릴 사안이 아니다"고 반박했다.

박 대통령은 "여야의 2차 합의안은 여당이 추천할 수 있는 2명의 특검 추천 위원을 야당과 유족의 동의가 없으면 추천할 수 없도록 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며 "이는 특검 추천에 대한 유족과 야당의 불신을 해소하기 위한 여당의 마지막 결단"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여야 간 재합의안을 협상의 '마지노선'으로 사실상 못 박은 것이다.

박 대통령이 야권과 유족 요구를 거부하는 초강수를 선택한 데 대해 다양한 해석이 나온다.

먼저 국회가 마비되고 있는 현실이 장기화할 경우 국정운영의 부담을 피하기 어렵다는 판단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또한 야당이 내분에 휩싸이면서 세월호 해법을 여야 정치권에만 맡겨둘 경우 '끝'을 기대하기 어려운 현실도 고려한 것으로 분석된다.

여기에 식물국회로 인한 정치권에 대한 국민의 불신이 심화되고 있는데 반해 각종 여론조사에서 박 대통령의 국정지지도가 50%대를 기록하고 있는 상황이 정면돌파가 가능하다는 자신감으로 연결됐다는 시각도 있다.

■'민생론' 먹힐지 미지수

박 대통령은 수사권·기소권 거부의사와 함께 민생경제의 골든타임을 거론하면서 국민이 부여한 의무를 다하라고 정치권에 촉구했다.

박 대통령은 국무회의에서 추석 민심을 거론하면서 "국회가 제기능과 역할을 다하지 못하는 것, 이것은 국민을 의식하지 않고 정치를 위한 정치를 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날 긴급 청와대 회동에서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와 이완구 원내대표가 "송구하다"며 자세를 낮춘 것도 이런 분위기가 반영된 것이다.

박 대통령이 민생의 시급성과 국회의 무능을 세월호 정국을 돌파하기 위한 카드로 꺼내들었다는 해석이 나오는 대목이다. 박 대통령은 특히 '세월호 참사 당일 7시간 행적'에 대한 의혹을 제기해온 야당에 대해선 불쾌감을 감추지 못하며 "대통령 모독 발언이 도를 넘고 있다"고 강력히 비판했다. 이는 야당이 정략적인 '대통령 흔들기'를 통해 정치적 반사이익을 취해선 안 된다는 경고 메시지로 풀이된다.

하지만 박 대통령의 의도대로 향후 정국이 전개될 가능성은 낮다는 게 대체적인 관측이다.

그동안 세월호 특별법을 둘러싼 논란을 외면해 왔던 박 대통령이 세월호 참사가 일어난 지 154일째인 이날 야당과 유족들에게 사실상 '항복'할 것을 요구한 것이다. 여당인 새누리당에는 세월호 특별법 협상에서 여야의 '재합의안'이 마지노선이라는 가이드라인을 내놓으면서 여야 대치 정국이 더 꼬일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야당과 유족의 반발이 극단으로 흐를 조짐을 보이는 데다, 현실적으로 국회선진화법이라는 벽이 존재하고 있어 대치정국이 장기화할 것이라는 우려가 더욱 커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