왼쪽부터 서병수 부산시장, 홍준표 경남도지사, 김기현 울산시장

# 신세 진 일 많은 서병수

- 6·4지방선거 진땀승에다
- 의원들이 당선에 도움줘
- 초반 주도권 잡기 어려움

# 갚을 '빚' 없는 홍준표

- 당 도움 없이 경선서 승리
- 재선 성공 탄탄 입지 구축
- 아쉬운 건 오히려 의원들

# 배울 일 많은 김기현

- 율사 출신…시정경험 적어
- 전 시장 박맹우 의원 강세
- 구심점 없는 지역색 한몫

최근 잇따라 열린 민선 6기 부산·울산·경남 광역단체와 새누리당 시도당과의 첫 당정회의 모습이 각기 다른 부울경 지역별 정치구도를 그대로 반영해 지역 정가의 관심을 끌고 있다.

부산은 의원들이 당정회의를 주도했다. 반면, 경남에서는 상대적으로 홍준표 경남도지사의 '입김'이 셌다. 울산에서는 초선에 불과한 박맹우 의원이 회의를 이끌었다는 평가를 받았다. 이 같은 차이는▷6·4지방선거 성적 ▷부울경 정치문화의 차이 ▷부울경 여당이 처한 20대 총선 상황 차이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의원들이 '갑'

지난 11일 열린 부산시와 새누리당 부산시당 간 당정회의의 분위기는 시종일관 긴장감이 팽배했다. 재선 이상 중진 의원 상당수가 '서병수 시정'에 대해 맹공을 퍼부었다. 특히 일부 의원은 부산 현안에 대해 '국회의원 책임론'이 거론될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하며 부산시의 미숙한 대응을 거세게 질타했다. 김무성 대표도 이례적으로 마무리 발언을 통해 부산지역 특정 지자체 공무원의 징계를 언급하는 등 크고 작은 시 현안에 대해 일일이 지적했다. 반면, 서병수 부산시장은 이 과정에서 시종일관 낮은 자세를 취했다.

이 같은 시와 부산 여당 간 관계는 서 시장이 6·4지방선거에서 무소속으로 나선 오거돈 전 해양수산부 장관에게 '진땀승'을 거둔 것과도 무관하지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당시 의원들에게 '신세'를 진 서 시장으로서는 임기 초반 의원들에게 '큰소리'를 내기 어려운 형편이다. 부산 대부분 지역에서 야당 기초의원들이 약진한 것도 영향을 미쳤다. 의원 개개인이 갖고 있는 2016년 20대 총선에 대한 위기감이 그만큼 크다는 방증이다.

다만, 지역 정가에서는 의원들이 취임 2개월밖에 되지 않은 신임 시장을 거세게 몰아붙인 것에 대한 적절성 논란도 적지 않다. 한 정가 관계자는 "아직은 서병수 시장이 안착할 수 있도록 협력해야 하는 시기지, 경쟁할 시점이 아니다"며 "오히려 부산 여권의 분열로 비춰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홍준표 '원톱'

지난달 25일 열린 경남도와 경남도당 간 당정회의는 사실상 '홍준표 1인 당정'이었다는 것이 대체적인 평가다. 홍 지사는 이 자리에서 경남 현안과 관련, "사업들의 결과물에 따라 의원 여러분의 재선(다음 총선)도 영향을 받을 것"이라고 의원들을 압박했다. 또 일부 의원의 경남 현안에 대한 지적에는 "경남도지사를 맡기 전에 있었던 일"이라고 일축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같은 홍 지사의 자신감은 치열했던 당내 경선을 두 번이나 돌파하고 재선에 성공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홍 지사는 본선은 수월하게 통과했지만 두 번의 당내 경선에서 경남 의원들의 전폭적인 지원을 받지 못했다는 것이 정설이다.

재선에 성공하면서 경남도 조직을 상당 부분 장악한 반면, 상대적으로 의원들에게는 '빚'이 없다. 현재로선 아쉬운 쪽은 경남도 의원들인 셈이다. 다만, 경남도가 도내 지자체 현안에 미치는 영향력이 제한적이고, 정치구도와 문화도 동·서부 경남이 확연히 다르다는 점은 변수다. 차기 총선이 다가올수록 의원들의 '입김'이 강해질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는 배경이다.

■박맹우 시정, 연장전?

경남과 같은 날 열린 울산시와 울산시당의 당정회의에서는 사실상 '박맹우 시정'이 연출됐다는 것이 참석자들의 전언이다. 한 참석자는 "시 현안에 대한 의원들의 질의에 김기현 현 시장이 아니라 직전 시장이었던 박 의원이 설명하는 방식으로 당정회의가 진행됐다"고 전했다.

3선 시장 출신이지만 초선인 박 의원이 당정회의를 주도한 것은 이례적이라는 게 정가의 평가다. 이는 김기현 현 시장이 율사 출신인데다 취임 2개월밖에 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와 함께 '정치적 구심점'이 없는 울산 정가 특유의 문화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시각도 있다. 울산은 의원 수가 6명 밖에 안 되지만 각 지역구가 도시와 농촌, 노조 강세 지역 등으로 복잡하게 얽혀 있다. 이 때문에 다른 지역에 비해 의원들이 선수의 영향을 덜 받는다는 분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