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면담- 14일 오후 청와대를 방문한 프란치스코 교황이 박근혜 대통령과 함께 공식환영식장으로 이동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 분단 한반도의 화해와 안정
- 지속적 노력만이 유일한 길

- 상호비방·무력시위가 아닌
- 상대 말 들어주는 인내 중요

- 정치균열·경제불평등 문제
- 소통·대화로 치유해나가야
- 사회적 약자 각별한 배려를

프란치스코 교황은 14일 방한 후 첫 연설에서 '정의와 평화'를 위한 '용서와 관용'의 메시지를 던졌다.

박해와 시련을 딛고 일어선 역사를 가진 한국과 한국인에 대한 애정도 전달했다.

■"한반도 화해와 안정 노력 치하"

프란치스코 교황은 이날 청와대에서 박근혜 대통령과 면담한 뒤 행한 정상연설에서 "평화는 단순히 전쟁이 없는 게 아니라 정의의 결과"라면서 정의는 과거의 불의를 잊지는 않되 용서와 관용, 협력을 통해 불의를 극복하라고 요구한다고 역설했다.

교황은 "이 민족(한민족)의 유산은 오랜 세월 폭력과 박해와 전쟁의 시련을 거쳤다"면서 "그러나 이런 시련 속에서도 대낮의 열기와 한밤의 어둠은 정의와 평화와 일치를 향한 불멸의 희망을 품고 있는 아침의 고요함에 언제나 자리를 내어 주었다"라고 강조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한반도의 분단상황에 대해 평화의 부재와 고통으로 표현하면서 화해와 안정을 위한 노력을 평가하고 지속할 것을 당부했다.

교황은 "저는 한반도의 화해와 안정을 위하여 기울여온 모든 노력을 치하하고 격려할 뿐"이라며 "그러한 노력만이 지속적인 평화로 가는 유일하고도 확실한 길이기 때문"이라고 조언했다.

교황은 특히 평화를 추구하기 위한 인내를 거론하면서 평화란 상호비방과 무익한 비판이나 무력시위가 아니라 상대방의 말을 참을성 있게 들어주는 대화를 통해 이루어질 수 있다는 확고부동한 믿음에 바탕을 두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는 남북 간 대치와 긴장이 고조되는 현실을 극복하기 위해 인내심을 갖고 대화에 나설 것을 주문한 것으로 해석된다.

박 대통령도 연설에서 내년이면 남북분단 70주년이되는 점을 거론하면서 남북화해와 통일을 위해 노력하겠다는 점을 여러 차례 강조했다.

박 대통령은 "대한민국 정부는 남북이 대립을 극복하고 전쟁과 핵 위협으로부터 벗어나 평화와 화해의 길을 가고자 최선을 다하고 있다"면서 "북한 주민을 돕기 위한 인도적 지원과 동질성 회복을 위한 민간교류도 확대해 나갈 것"이라고 다짐했다.

■"분열·갈등, 소통으로 풀어야"

프란치스코 교황은 세계화의 진행과 함께 나타나고 있는 정치·경제적 분열과 불평등에 따른 사회적 갈등을 치유하기 위해 소통과 협력에 나설 것을 제시했다.

교황은 사회적 갈등에 대해 "열린 마음으로 소통과 대화와 협력을 증진시키는 것이 대단히 중요하다"면서 사회적 약자에 대해서도 각별한 배려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어 프란치스코 교황은 한국의 민주주의가 계속 강화되기를 희망한다면서 "오늘날 절실히 필요한 '연대의 세계화'에서도 앞장서주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국제사회에서 평화를 위한 한국의 역할에 대한 기대를 주문한 것이다.

박 대통령도 교황의 방문으로 세월호 참사와 잇따른 병영사고로 아픔을 겪고 있는 국민들이 위안을 찾을 수 있기를 기원하면서 평화와 화해를 강조했다.

박 대통령은 정상연설에 앞서 프란치스코 교황과 가진 25분간의 면담에서 "평소 교황님께서 세계평화와 사회적 약자를 위해 헌신하는 활동 소식을 들어왔는데 이번에 직접 뵙게 돼 영광으로 생각한다"며 "그동안 따뜻한 서한을 보내주면서 우리 국민을 축복해주셨고 한반도 평화에 대해 많은 관심을 갖고 기도도 해주시며 애정을 보내준 데 대해 감사드린다"고 고마움을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