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당 7·14전당대회에서 김무성 의원이 신임 대표로 당선됐다. 그뿐만 아니라 당내 주류였던 친박(친박근혜)계가 참패, 지도부 구성에서 비주류로 밀려났다. 이에 따라 당내 권력 역학관계에 대대적인 변화가 예상되며, 지금까지와는 다른 당·청관계가 정립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김 대표는 당장 코앞에 닥친 7·30재·보궐선거에서 원내 과반의석을 회복해야 하고, 전당대회 과정에서 분열된 당심을 화합으로 이끌어내야 하는 등 과제 역시 산적해있다.

■당·청관계 재정립

김 대표는 전당대회 기간 내내 "할 말은 하겠다"고 강조했다. 지금까지의 지도부처럼 청와대에 끌려다니는 일은 절대 없을 것이란 말이다.

그러면서도 "박근혜 정부의 성공적 국정운영을 돕겠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김 대표가 청와대와 일부러 '각'을 세우지는 않을 것이란 분석이 유력하다. 김 대표는 30여 년간 정치를 해온 '선수'다. 임기가 3년 반이나 남은 박 대통령과 각을 세워서는 당도 청와대도 모두 불행해질 것이란 점을 너무 잘 알고 있다. 정권 재창출을 위해서는 박근혜 정권의 성공이 필수적이며, 따라서 현 시점에서 섣불리 박 대통령과 각을 세워 자신의 이미지를 부각시키려고 하지도 않을 것이란 예상이 가능하다.

그는 이날 당선 후 기자회견에서 건강한 당·청관계를 의식한 듯 "청와대에 대해 (대표로서 해야) 할 말은 하는 대표, 국민들의 의견을 대통령에게 가감 없이 전달하는 역할을 하겠다"고 다짐했다. 다만, 김기춘 대통령비서실장에 대해서는 김 대표가 그동안 계속해서 사퇴를 요구해왔다는 점에서 어떤 입장을 취할지 주목된다.

청와대의 입장에서도 김 대표의 협조 없이는 국정운영이 어려운 만큼 적절한 선에서 '협치'를 하는 방식을 택할 가능성이 높아보인다. 하지만 일정시점이 지나 김 대표가 '미래권력'으로 떠오를 경우 갈등상황이 벌어질 수밖에 없을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친박계 몰락

국회의장 선거에서 비주류인 정의화 의원에게 친박계 황우여 의원이 패배한 여진이 가라앉기도 전에 전당대회에서 친박계가 완패했다. 비주류 김태호 이인제 의원이 나란히 3, 4위로 최고위원에 입성한 반면, 6·4지방선거에서 사무총장을 지내며 조직을 책임졌던 홍문종 의원이 탈락하는 이변까지 초래했다.

2위를 차지한 서청원 의원 외에는 친박 주류를 대표할 만한 인물이 없는 것이다. 여성 몫으로 최고위원이 된 김을동 의원도 친박을 표방했지만 주류와는 거리가 있다. 2012년 5월 전대에서 친박 성향의 황우여 의원이 대표로 선출되고, 나머지도 친박의 이혜훈 전 의원, 정우택 유기준 의원이 선출돼 5명 중 4명이 친박이었던 것과는 완연히 다른 분위기다.

특히 서 의원은 1만4400표 이상 차이가 나는 완패를 당했을 뿐만 아니라, 3위 김태호 의원과의 표 차이도 1만2900여 표에 그쳐 친박계에 충격을 안겼다.

■지도부에 비주류 대거 입성하나 

당 최고 의사 결정 기구인 최고위원회는 이날 선출된 5명에다 지명직 2명, 당연직인 이완구 원내대표와 주호영 정책위의장을 합해 모두 9명으로 구성된다.

김 대표는 지명직 최고위원 2명의 선출권도 갖는다. 김 대표는 재·보선 이후 탕평인사를 하겠다며 그간 소외된 인사들의 중용 방침을 분명하게 밝힌 상태다. 만약 이런 기조에 따라 김 대표가 지명직에 모두 비주류를 배려한다면 자신을 포함해 김태호 이인제 최고위원과 주 정책위의장까지 6명이 비주류 출신이 된다.

■산적한 과제

김 대표 앞에는 당장 7·30재·보선이 기다리고 있다. 김 대표가 당직 인선을 재·보선 이후로 미루겠다고 밝힌 것도 그만큼 이번 재·보선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새 지도부가 공천에 관여하지는 않았지만 순항을 위해서는 리더십을 보여줘야 하는 부담이 없지 않다.

현재 새누리당 원내의석수는 147석으로 적어도 4군데서 승리해야 원내과반을 사수하게 된다. 그러나 부산 해운대·기장을과 울산 남을 2군데를 제외한 13곳 중 어느 곳도 확실한 우위를 장담할 만한 곳이 없다.

또 전당대회 동안 김 대표와 서청원 의원 간 깊이 팬 감정의 골을 어떻게 메울지도 풀어야 할 과제다. 서청원 의원과의 표 차가 비교적 커 과거와 같은 불협화음이 재연될지는 미지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