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일 부산시교육청 브리핑룸에서 중도를 표방한 부산시교육감 예비후보인 정홍섭(왼쪽) 전 신라대 총장, 이일권(가운데) 부산시의회 교육의원, 강대우 동아대 교수가 중도후보 여론조사 단일화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김성효 기자 kimsh@kookje.co.kr

- 오차범위… 재조사 가능했지만
- 패배 2명 깨끗하게 결과 승복
- 선대위원장 자청, 적극 돕기로

오는 6월 4일 부산시교육감 선거에 나서는 중도그룹 예비후보들이 '원샷' 여론조사를 통한 후보 단일화에 성공해 신선한 충격을 안겼다.

중도그룹의 이번 단일화는 유권자 모두가 인정할 수 있는 여론조사를 통해 이뤄진 점과 패배한 후보들이 흔쾌히 공동선거대책위원장을 자청하는 등 깨끗한 승복의 모습을 보여줬다는 점에서 눈길을 끈다. 특히 도덕적으로 모범이 돼야 할 시교육감 선거에서 이들 후보는 결과에 승복하고 협력을 약속하는 '아름다운 단일화'의 전범을 보여줬다는 평가다.

이일권 부산시의회 교육위원회 부위원장과 정홍섭 전 신라대 총장, 강대우 동아대 교수 등 중도그룹 3인은 1일 부산시교육청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 교육의원을 단일 후보로 추대하며 중도 대통합을 선언했다.

이 교육의원은 지난달 29일과 30일 한길리서치와 동의대 연구소 등 두 곳이 동시에 벌인 여론조사에서 모두 최고점을 얻었다. 중도그룹은 정확한 여론조사 결과를 발표하지는 않았지만, 두 곳의 여론조사 합산 결과는 근소한 오차 범위 안에 있다고 설명했다.

이 교육의원은 "여론조사 결과가 오차 범위 내에 있으면 차점자가 2차 여론조사를 요구할 수 있는 규정이 있었음에도 정 전 총장과 강 교수가 깨끗하게 결과를 받아들였다"면서 "후보 난립으로 유권자의 혼란이 가중되고 있다. 이번 단일화가 교육정책 중심의 선거로 바뀌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이번 여론조사는 대중적인 인지도에서 앞서는 정 전 총장이 단일 후보로 선출될 것으로 점쳐졌지만 결과는 달랐다. 정 전 총장은 "아주 좋은 교육감 후보가 뽑혀 기쁘다"면서 "강 교수와 함께 공동선대위원장을 맡아 이 후보가 부산교육을 혁신할 교육감이 될 수 있도록 모든 노력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회견 이후에도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를 통해 지지자들에게 패배를 인정하며, 이 교육의원의 교육감 당선을 위해 역할을 하겠다고 알렸다.

강 교수도 "탈정치 정신과 깨끗한 교육자가 지녀야 할 정신을 지키기 위해 추가 여론조사는 하지 않기로 했다"면서 "이 후보가 당선될 수 있도록 많은 분이 도와주실 것을 간곡히 부탁한다"고 말했다.

중도그룹의 단일화는 결과뿐만 아니라 과정도 아름다웠다. 애초 한 차례 정책 토론회를 한 뒤 여론조사를 하려던 계획은 선거법에 발목이 잡혀 무산됐다. 이 때문에 정책이 아닌 후보 인지도에 대한 조사가 될 공산이 커졌고, 상대적으로 널리 알려진 정 전 총장보다 이 교육의원과 강 교수는 불리한 입장이었다. 하지만 이들은 "단일화 일정이 늦어지면 선거에서 승리할 수 없다"며 대승적으로 여론조사 실시에 동의했다.

여론조사 설문 선정 과정에서는 정 전 총장의 양보가 빛났다. 정 전 총장의 선거 캠프는 이번 선거에 나서는 모든 후보를 설문에 넣는 방식을 주장했다. 3명의 중도후보 이름만 거론하면 사실상 인지도가 같아져 정 전 총장이 불리해질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었다. 하지만 정 전 총장은 원활한 단일화를 위해 중도후보 3명의 이름만 설문에 넣은 방식에 동의했다. 여기에 불만을 품은 선거 캠프의 한 관계자와의 결별도 마다치 않았다.

반면 다른 후보그룹은 후보 간 갈등과 단일화 방식을 둘러싼 '샅바 싸움'을 보여 중도그룹과는 크게 대비되는 모습이다.

보수그룹은 박맹언 전 부경대 총장과 새누리당의 연계 의혹을 쟁점화하면서 단일화 틀 자체가 흔들거리고 있다. 김석준 부산대 교수와 박영관 부산교육포럼 공동대표는 정책과 노선에 큰 차이가 없음에도 단일화 방식을 두고 평행선을 달리고 있다. 김 교수는 100% 여론조사를, 박 공동대표는 시민단체 선거인단 방식을 내세우고 있다.

지역 교육계의 한 관계자는 "유권자들이 수긍할 수 있고, 감동을 주는 단일화가 이뤄지지 않는다면 후보 난립과 '깜깜이 선거'로 공멸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