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개성공단 삼덕통상 공장 앞에서 문창섭(사진 가운데) 대표와 주재원들이 통일의 밑거름이 되겠다고 다짐하며 파이팅을 외치고 있다. 삼덕통상 제공

- 작년 가동중단 아픔 겪고는
- 개성 가는 발걸음 가볍기만
- 박 대통령 신년사 계기
- 자긍심 이전보다 더 높아져

"처음엔 어투도 다르고 익숙치 않은 기숙사 생활에 낯 설기만하던 개성공단이 이제 고향 집 같아요. 더욱이 지난해 가동 중단이란 고통을 겪고 나니 더욱 소중하게 느껴져요. 오랜만에 가족·친지들과 설을 쇠고 다시 개성공단으로 돌아갈 준비를 하는 마음이 바쁩니다."

삼덕통상 개성공단 주재원 13명은 부산 경남 등에서 나흘간의 설 연휴를 친지들과 보내고 3일 경기도 파주 도라산 남북출입사무소에서 개성공단행 버스를 탄다. 삼덕통상은 부산 녹산산단에 본사를 두고 개성공단에 공장을 운영하고 있는 신발업체로, 개성 진출 기업 중 규모가 가장 크다. 삼덕통상 개성공장에는 총 26명의 주재원이 있지만, 이들은 설과 추석 명절 때 절반씩 고향을 찾는다. 북한에 남은 주재원들은 명절 연휴 기간 개성공단 공장 시설과 업무를 점검한다.

삼덕통상 주재원들에게 이번 설은 남달랐다. 지난해 추석 직전인 9월 16일 개성공단이 166일 만에 재가동되면서 주재원들 모두 작업 준비로 눈코 뜰 새 없이 바빠 명절 연휴를 누리지 못했다. 지난 4개월여 동안 기계 점검부터 저수조 청소, 북한 근로자 관리 등으로 공단 가동 이후 가장 바쁜 나날을 보냈다. 하지만 주재원들은 '다시 일할 수 있다'는 생각에 몸이 고된 줄 모를 정도로 즐겁게 일했다고 입을 모은다.

당연히 이들 주재원의 이번 설 고향길은 발걸음이 가벼웠다. 삼덕통상 한 주재원은 "개성공단이 지난해 가동 중단됐을 때 일자리를 잃을까 봐 하루하루 속이 타들어 갔다"며 "이제 월 평균 30만 족의 신발 생산이 다시 가능해져 마음 편하게 부산 집에서 설을 쇠고 돌아간다"고 밝혔다.

특히 주재원들은 요즘 신바람 나게 일한다고 한다. '통일은 대박'이라는 박근혜 대통령의 신년사 이후 개성공단에 대한 안팎의 관심이 커졌고 주재원들은 그 대박을 이루는 밑거름이라는 긍지를 갖게 됐다는 것이다. 이 회사 김정호 관리팀장은 "개성공단은 2003년 6월 착공한 이후 남북 화합과 평화의 상징이 되고 있다"며 "주재원들은 남측의 기술과 북측의 노동력이 합쳐진 개성공단을 통해 통일 대박의 꿈을 키우고 있다"고 말했다. 특히 올해는 삼덕통상이 개성공단에 입주한 지 10주년이 되는 해인 만큼 새로운 도약을 위해 직원들은 더욱 열심히 뛴다는 각오를 다지고 있다.

또 개성공단 입주업체로는 처음으로 해외투자 유치에 성공해 독일 신발 제조업체인 '미앤프렌즈AG'와 합작사를 설립하기로 하고 양해각서(MOU)를 다음 달 개성공단에서 체결한다. 삼덕통상 문창섭 대표는 "남북 간 경제협력을 통해 통일의 길을 열어가는 주재원들과 북한 근로자들은 우리 회사의 보물"이라며 "전 직원이 합심해 개성공단을 신발산업 메카로 만들겠다"고 다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