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역 각계 거센 반발에
- "당장 추진 안 한다" 발 빼
- 국민 상대 '입질행정' 비난

박근혜 대통령이 투자 관련 규제를 전면 재검토하겠다고 밝히자마자 수도권 규제 완화설이 또다시 불거졌다. 기획재정부와 국토교통부는 이례적으로 검토하고 있지 않다고 즉각 해명하고 나섰다. 하지만 지역에선 정부가 '여론 떠보기식' 행태를 반복하고 있다는 비난이 쏟아지고 있다.

8일 정부 관계자들에 따르면 각 부처는 다음 달 초부터 시작될 연초 업무보고 준비를 하면서 개선해야 할 규제들을 선별하고 있다. 박 대통령이 지난 6일 신년 기자회견은 물론 7일 여당 국회의원 및 원외당협위원장 청와대 초청 만찬에서도 경제 활성화를 위해 투자 관련 규제 완화 의지를 거듭 피력한 데 따른 것이다.

대통령이 규제 개혁 의지를 강조하자 정부도 부처별로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해 규제 완화 움직임을 본격화하고 있다. 정부 부처 고위직 사이에는 '수도권 규제완화'가 주요 사항으로 대두되고 있다. 경제전문가들은 정부가 서울 경기 인천 지역의 공장 신·증설 제한과 공장총량제 등에 대한 수도권 규제 완화책을 내놓을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이에 대해 지역상공계와 시민단체는 크게 반발하고 나섰다. 특히 박근혜 정부 들어 지난해 1월, 4월, 6월, 12월에 수도권 규제 완화 추진설이 대두돼 수도권과 비수도권이 갈등을 빚었다. 특히 지난해 12월 정부가 팔당호 수질보전특별대책권역이자 수도권 자연보전권역인 SK하이닉스 이천공장 증설을 허용하면서 비수도권 자치단체들과 시민단체들이 반발했다. 이는 수도권 규제 완화의 서막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수도권 규제가 완화되면 지역에서 수도권으로 이전하는 기업이 늘어나 지역 경제 기반이 흔들릴 수밖에 없다. 박재율 지방분권전국연대 공동대표는 "박근혜 정부가 경제민주화 대신 성장에 드라이브를 걸고 있다"며 "SK하이닉스 공장증설을 시작으로 수도권 집중 발전 정책을 펼칠 가능성이 커졌다"고 우려했다.

이처럼 정부가 수도권 규제 완화책을 내놓고 여론 반응을 살피는 일이 반복되자, 지역 경제계와 시민단체는 '입질식' 행정이라며 반발하고 나섰다. 부산상공회의소 조성제 회장은 "수도권 규제 완화라는 말을 던진 뒤 지역 반응을 살펴보고 극렬히 반발하면 주춤하는 식"이라며 "정부가 수도권 규제 완화를 재추진한다면 부산 울산 경남뿐 아니라 전라·강원 등 비수도권 상공회의소와 연합해 대처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에 대해 기재부와 국토부는 "현재 정부는 수도권 규제 완화를 검토하고 있지 않다"면서 "수도권 규제 완화는 지역균형발전이라는 가치와 조화를 이뤄야 하는 만큼 사회적 합의가 필요한 사안"이라고 해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