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직 인수위원회 진영(왼쪽) 부위원장이 30일 오전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이상일 대변인과 만나 대화하고 있다. 진영 부위원장은 이날 "인수위원이 다 확정되면 여러 가지 운영에 대한 원칙을 정해 낮은 자세로 겸손하게 조용하게 준비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 朴 '검증 구멍' 의식 분석
- '현미경 확인' 돌입했을 수도
- 예산안 챙기기 몰입 가능성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의 인수위원회 구성이 지연되고 있다. '현미경' 검증에 착수했다는 관측이 나오는 가운데 '찔끔 인사'에 대한 피로감도 높아지고 있다.

정가에서는 원래 30일 인수위원에 대한 마무리 인사가 단행될 것으로 예상했으나 이날 추가 인선 발표는 없었다. 당선인 측은 31일 오후 인수위 분과 조직·기구 구성에 관한 구상을 밝힐 예정인데 조직 부문만 발표하고 추가 인선은 해를 넘길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박선규 대변인은 이날 서울 여의도 당사 브리핑에서 "박근혜 정부의 기초를 다질 사람을 찾는 작업을 결코 소홀히 할 수 없다"며 "최선을 다해 찾고 있으니 조금만 더 여유를 갖고 기다려달라"고 말했다.

이 때문에 보안을 중시한 '깜깜이 인사'에 더해 '찔끔 인사'라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박 당선인은 지난 7월 대선 경선 캠프 발표나 10월 선거대책위 구성 때도 인사를 한꺼번에 발표하지 않고 조금씩 끊어서 했다. 인선이 한 차례씩 발표될 때마다 발표된 인사들을 둘러싼 논란이 증폭되는 부작용을 낳았다. 한 번에 맞을 매를 나눠 맞고 있는 셈이다.

인수위 추가 인선이 늦어지는 것을 두고 박 당선인이 최근 잇따라 제기된 '검증 구멍' 논란을 의식한 게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첫 인사부터 극우 보수 성향의 언론인 윤창중 수석대변인 논란을 빚은 데 이어 청년특위 위원인 하지원 에코맘코리아 대표의 '돈봉투 기소' 전력이나 윤상규 위원이 대표인 네오위즈게임즈의 '하도급 대금 지연 지급' 사실이 알려지면서 안팎에서 '밀봉 인사'의 폐해란 비판이 쏟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결국 출범도 하기 전에 인사 문제가 '박근혜 정부'의 발목을 잡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자 박 당선인이 인선 발표를 연기하면서까지 신중을 기하는 게 아니냐는 것이다. 박 당선인이 이미 인수위원 대부분의 인선을 마치고도 다시 '현미경 검증'을 벌이며 마지막 확인을 하고 있거나 혹은 인선을 원점에서 재검토한 것이 아니냐는 관측도 제기된다.

반면 일각에선 박 당선인이 새해 예산안을 챙기는데 더 방점을 찍고 있기 때문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박 당선인이 지난 28일 이명박 대통령과의 회동에서도 '민생예산 통과' 협조를 가장 강하게 요청한 점을 감안하면 인선보다 우선 순위를 뒀을 수 있다는 것이다.

진영 정책위의장은 기자들에게 "예산안 (처리)하는 게 너무 중요하고 관련 법안 처리 문제도 있어 당선인께서도 거기에 더 신경을 쓰는 것 같더라"고 부연했다.

이런 가운데 인수위 전체 업무를 조율하는 기획조정분과 총괄 간사에 누가 임명될지 관심을 끈다. 중앙선대위 종합상황실장을 맡았던 권영세 전 의원, 비서실에서 정책메시지단장을 지낸 안종범 의원, 박 당선인의 싱크탱크인 국가미래연구원을 이끈 김광두 행복추진위 힘찬경제추진단장 등이 거론된다. 박 당선인의 최측근인 최경환 의원과 최외출 대선캠프 기획조정특보 역시 후보군에 올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