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文, 지도부와 일체화 불투명

민주통합당은 제18대 대선 후보로 선출된 문재인 후보에게 당 최고위원회의 모든 권한을 위임하기로 했다. 당의 최고 집행권한을 갖게 된 문 후보는 강력한 당 쇄신을 단행할 예정이다.

민주당 최고위원회는 지난 15일 제91차 최고위원회의에서 "제18대 대선 승리를 위해 대통령 후보자를 중심으로 당의 전열을 정비하고 선거를 효율적으로 수행하기 위해 최고위원회의 권한을 대통령 후보자에게 위임한다"고 결정했다.

16일 김현 당 대변인에 따르면 당헌 제90조 선거대책기구 구성과 관련한 당무위원회 권한을 후보자에게 위임하기 위해 이른 시일 안에 당무위원회를 소집하기로 의결했다.

이날 민주당 대선 후보로 선출된 문 후보는 '쇄신 선대위'를 꾸리기 위해 본격적인 인선에 착수했다. 문 후보가 평소에 밝힌 대로 친노(친노무현)-비노(비노무현)를 아우르는 인사들을 대선 선대위에 포진시킬 방침이다. 문 후보는 조만간 출마 여부를 밝힐 야권의 또 다른 대선 주자인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을 의식해 시민사회 인사들의 영입에도 나설 예정이다. 수도권 20, 30대에게 인지도가 높은 서울대 조국 교수의 선대위 참여도 확정적이다.

하지만 당 대선 후보와 당 지도부 간의 일체화 과정은 순탄치 않을 수도 있다. 당 최고위원회가 지난 15일 전체회의에서 대선 후보에게 당의 집행권한을 위임하되 "단 후보의 요청이 있을 경우 최고위원회의를 개최한다"는 단서를 달아 놓았기 때문이다. 2002년 대선 후보로 선출되고도 당 지도부와 불화를 겪었던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전철을 밟을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최고위원회의의 결정을 추인할 당무위원회(일상적 당무의결기구)는 이해찬 대표가 장악하고 있어 이 대표가 당권을 문 후보에게 완전히 넘기지 않을 수도 있다는 뜻이다.

당규에는 "대통령 선거대책위원회는 선출된 대통령 후보자가 당 대표 및 최고위원회의와 협의하여 임명할 수 있다"로 규정돼 있어 분쟁 소지가 있다. 당규를 개정할 권한이 있는 당무위원회 결과에 따라 당과 문 후보와의 관계 및 '쇄신 선대위'의 향배도 결정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