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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민주통합당 이해찬 대표 등 의원들이 29일 국회 본청 앞에서 한일 군사정보포괄보호협정 체결의 즉각 중단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이용우 기자 ywlee@kookje.co.kr |
- 주일대사, 日외무성에 통보
- 졸속 처리·밀실 추진 파장
- 정부, 여론·與野공세 부담
- '靑 책임론' 국회 쟁점될 듯
■희대의 해프닝 연출
29일 오후 3시께, 서울 도렴동 외교통상부 청사 기자실이 술렁이기 시작했다. 이날 오후 4시 일본 외무성에서 진행될 예정이었던 한일 군사정보포괄보호협정(이하 정보보호협정) 서명이 전격 연기될 것이란 소식이 전해진 것이다. 이날 오전까지만 해도 정부는 거센 '밀실처리' 비판에도 협정 체결 강행 방침을 분명히 했던 터였다.
그러나 오후 2시 30분께 이한구 새누리당 원내대표가 김성환 외교부 장관에게 직접 전화를 걸어 협정 체결 보류를 촉구하면서 외교부 청사에는 심상치 않은 분위기가 감돌기 시작했다. 외교가 일각에서는 갑작스럽게 새누리당의 입장이 바뀌고, 이 원내대표가 전화를 걸어 서명 보류를 요구한 것을 놓고 박근혜 전 비상대책위원장의 의중이 반영된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왔다.
결국, 정부는 서명을 1시간도 채 남기지 않은 상태에서 신각수 주일대사를 통해 일본 외무성에 이날 협정문 서명이 어렵다는 입장을 통보하는 '희대의 해프닝'을 연출했다. 이 같은 사실은 오후 3시15분께 "오늘 서명식이 없다"고 기자들에게 통보됐다.
■靑, 협정 체결 연기로 체면 구겨
이 때문에 청와대의 체면이 구겨지게 됐다.
정부가 지난 26일 열린 국무회의에서 일본과의 정보보호협정을 즉석 안건으로 올려 비공개로 통과시킨 데는 청와대의 '입김'이 작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로 청와대 외교안보수석실은 그동안 한일 간 정보보호협정과 상호군수지원협정(ACSA) 등을 적극 추진해왔던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따라 정부 일각에서는 청와대도 책임론에서 벗어날 수 없지 않으냐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청와대는 국무회의에서 정보보호협정을 비공개로 통과시킨 이유에 대해서 함구하고 있다. 이명박 대통령도 지난 17일 중남미 순방을 떠나기 전 협정 체결 계획을 보고받았다는 후문이다.
■국방부 말바꾸기, 외교부 심기불편
이와 관련, 국회 등 사회 각계에서 협정 체결에 대한 '국민적 공감대'가 형성됐다던 국방부는 협정 서명이 연기되자 뒤늦게 말을 바꿨다. 국민 여론 악화로 협정 체결이 연기되자 "오해가 있었던 것 같다"며 뒤늦은 해명에 나선 것이다.
반면 외교부 직원들은 "이틀 동안 동네북이 된 것으로도 부족해 이젠 뒤처리까지, 너무하는 것 아닙니까"라며 불편한 심기를 감추지 못했다. 협정이 국무회의에서 비공개 의결된 사실이 보도된 뒤 지금까지 '주무부처'라는 이유만으로 여론의 뭇매를 고스란히 맞고 있기 때문이다.
■개원 국회 쟁점 부각
여야 정치권이 이번 사태 발생 이후 보여준 반응을 고려할 때 다음 달 2일부터 시작되는 개원 국회 외교통상통일위와 국방위에서 집중적인 문제 제기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새누리당 진영 정책위 의장은 국회에서 가진 브리핑에서 "국민 정서에 반하는 문제도 있고, 또 절차상으로 잘 알려지지도 않은 채 급하게 체결하는 것은 이해하기 어렵고 너무 부적절하다"고 지적했다. 민주통합당 이해찬 대표는 이날 확대간부회의에서 "일본 강점으로 36년 동안 얼마나 많은 분이 고귀한 목숨을 잃었느냐"며 "일본 자위대에 우리 군사 정보를 제공하는 일이 어떻게 가능하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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