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의 저축은행 비리 수사가 대선을 앞둔 여야 정치권을 덮칠 기세다.

대검찰청 저축은행비리합동수사단(합수단)이 이명박 대통령의 형인 새누리당 이상득 전 의원을 다음 달 3일 소환 조사하기로 하면서 청와대는 파장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이와 함께 검찰은 민주통합당 박지원 원내대표, 새누리당 정두언 의원도 수사 중인 것으로 알려져 저축은행 비리가 '게이트'로 번질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청와대와 이 대통령은 검찰의 이 전 의원 소환 조사 방침을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다. 이 대통령의 친형으로 여권에서 차지하는 정치적 비중을 고려할 때 검찰 수사 결과가 좋지 않으면 그 충격파를 가늠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29일 "이 전 의원의 소환은 모양새가 나쁜 것뿐 아니라 보통 문제가 아닌 것 같다"면서 "여러모로 힘든 시기를 맞았다"고 털어놓았다. 다른 핵심 관계자는 "다소 놀랍고 걱정되는 건 당연하다"면서 "지금으로선 검찰 수사를 지켜보는 것 외에 할 수 있는 일이 없다"고 말했다.

청와대 일각에선 결과 여부를 떠나 이 전 의원 문제를 빨리 털고 가는 게 좋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또 합수단은 임석(50·구속기소) 솔로몬저축은행 회장으로부터 박 원내대표와 정 의원에게 금품을 건넸다는 진술을 확보한 것으로 전해졌다. 

합수단 관계자는 "수사 중이라 확인해 줄 수 없다"면서도 "풍문이나 첩보, 떠다니는 말 수준이 아니라 어느 정도 확인이 됐으니 수사라고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합수단은 조만간 박 원내대표와 정 의원의 소환 시기를 정할 것으로 보인다.

두 사람은 임 회장과의 몇 차례 접촉 사실은 인정하면서도 금품 수수 의혹은 완강히 부인했다.

박 원내대표는 이날 확대간부회의와 의원총회 신상발언을 통해 "어떤 경우에도 금품 수수가 없었다"며 "저를 옥죄는 것은 제가 이명박 정부, 박근혜 새누리당 전 비상대책위원장, 검찰에 눈엣가시로 박혀서 그런 것 같다"며 억울함을 호소했다. 다만, 그는 "참여 정부에서 제가 고초를 겪고 난 뒤 2007년께 후배들이 저를 위로하는 저녁 자리에서 임 회장과 처음 인사했고, 그 후 동향 사람 모임에서 몇 차례 만난 것 같다"며 "18대 국회에서 원내대표를 할 당시 임 회장이 원내대표실을 혼자서 한 번 찾아왔지만, 간단히 이야기하고 돌아갔다. 그게 1년 반 전 일"이라고 해명했다.

정 의원은 언론 인터뷰에서 "2007년 대선 무렵 공무원으로 일하던 지인의 소개로 임 회장을 처음 알게 됐다"며 "임 회장으로부터 돈(정치자금) 받은 것이 없다. 합법적 후원금을 받은 적이 있는지는 확인해 봐야겠다"고 했다. 그는 "2007년 한나라당 대선 후보 경선 후 임 회장의 부탁으로 이상득 의원을 소개해준 일은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