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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약 8㎏ 운반한 ‘지게꾼’인데…법원 “몰랐다면 무죄”

해외서 지인에게 부탁받은 가방, 내용물 모른 채 김해까지 가져와

  • 국제신문
  • 박정민 기자
  •  |  입력 : 2020-05-12 22:17:55
  •  |  본지 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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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공항 검역 과정서 필로폰 발각
- 법원 “밀반입 고의성 증거 없다”
- 40대 남성 두 명에 무죄 선고

지인에게서 부탁받아 해외에서 반입한 여행용 가방에 마약이 든 것을 모르고 이를 운반했다면 마약 반입죄를 물을 수 없다는 법원 판단이 나왔다. 부산지법 형사5부(권기철 부장판사)는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향정) 혐의로 기소된 A(46), B(45) 씨에게 각각 무죄를 선고했다고 12일 밝혔다.

1심 판결문을 보면 검찰은 도매가 7억 원인 약 8㎏의 필로폰을 베트남에서 국내로 밀수입한 혐의로 A, B 씨를 기소했다. 이들의 지인인 C(구속기소) 씨는 두 사람에게 ‘함께 해외여행을 가서 가방을 운반해주면 200만 원을 주겠다’고 제안했다. 이에 이들은 C 씨와 함께 지난해 10월 인천국제공항에서 출발해 말레이시아 페낭으로 이동했고, 이곳 호텔에서 C 씨는 필로폰 약 8㎏이 든 패딩 점퍼 4개를 공범으로부터 건네받았다. C 씨는 이를 여행용 가방 2개에 넣어 은닉한 다음 베트남에서 출국할 때 A, B 씨에게 건넸다. A, B 씨는 이 가방들을 항공기 수화물로 맡겨 김해국제공항으로 들어왔으나 가방 하나가 검역을 통과하지 못하는 바람에 발각됐다.

검찰은 A, B 씨가 가방 안에 마약류가 들었을지 모른다고 의심하고도 가방을 운반했다고 봤다. 실제로 두 사람은 여행지에서 “걔(C 씨)는 뭘 그렇게 많이 사노, 설마 약 같은 거 아니겠지”라는 말을 나눴고, 국내에 있는 친구에게 “필로폰이라도 좋다, 크게 벌어보자, 징역 2년은 눈 감고도 산다”는 메시지를 보냈다. 하지만 법정에서 두 사람은 “C 씨가 베트남에서 ‘짝퉁’ 유통 사업을 해 돈을 많이 벌었기에 단순히 짝퉁을 운반하는 줄 알았지 필로폰이 은닉된 줄 몰랐다”고 주장했다.

재판부는 ‘강한 의심은 가지만 필로폰을 국내로 밀반입한 고의가 있었다고 인정할 증거가 없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피고인들은 여행 전이나 도중에 C 씨로부터 한 차례도 ‘필로폰’ 또는 ‘마약’에 관한 이야기를 명시적으로 듣지 않았다”며 “A 씨는 짝퉁 사업에 관한 여행인 줄 알고 C 씨와 유사한 일정으로 여행을 다녀온 사실이 있어 이 사건도 그와 같은 여행이라고 믿었을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했다. 또 “친구에게 보낸 메시지는 기분이 고조된 상태에서 허세를 부리며 농담조로 주고받은 것일 수 있다”며 “C 씨도 ‘지게꾼’ 역할인 피고인들이 필로폰을 운반한다는 사실을 모르는 편이 자연스럽게 세관검사를 통과할 가능성이 크다고 판단해 매우 조심스럽게 행동했던 것으로 보인다”고 판시했다.

박정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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